내게도 아빠가 있었다
내게도 아빠가 있었다
딱 하루였지만 내게도 아빠가 있었다
네다섯 살 때의 기억 하나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아빠가 왔단다
서울서 아빠가 왔단다
엄마는 뭐라 뭐라 하면서 아빠에게 베개를 집어 던졌고
아빠는 아무 말없이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아빠 손을 잡고 신작로를 따라 걷다가
뽀오얀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온 버스에 올랐다
난생처음 타보는 버스는 참으로 신기했다
버스는 가만히 서 있는데
가로수도 집도 들판도 사람도
모두 뒤로 내달리는 것이었다
아빠는 시내의 한 다방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이쁜 치마저고리의 아줌마가 나의 볼을 잡아당겼다
아빠는 어떤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밀크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다
그 달달한 맛에 빠져 나는
혀를 길게 내밀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핥아 먹었다
창밖을 스쳐 가는 버스를 보면서
다시 타게 될 요술 버스를 그려 보았다
참 요상한 버스를...
그러나 나는 버스를 타지 못했다
아마도 잠이 들었나 보다
아빠는 혼자서 요술 버스를 타고 별나라로 여행을 떠났는지
그날 이후로 나는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와 아버지의 달콤한 하루였다
내가 아빠가 되어서야
사라진 아빠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는데...
그래 내게도 아빠가 있었다
딱 하루였지만
내게도 진짜 아빠가 있었다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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