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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사냥 길

작성자서당골생명샘 이상래 목사|작성시간20.08.22|조회수75 목록 댓글 0


더위 사냥 길


이른 새벽 일어나 따뜻한 물 한 컵을 들이켰다. 맑은 정신으로 책상에 앉으면 집중이 잘 되어 좋았다. 하지만 두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려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생명의 삶> 여백에 꼼꼼히 기록하며 은혜받고 본문 흐름대로 생각하면서 말씀을 전했다. 날마다 해냄이 만족스럽고 다시 그 자리에 앉길 기다리며 한 날을 보냈다. 그 평범한 삶의 패턴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특별한 일 없으면 일찍 자는 습관을 길렀다. 난 달이 뜨는 저녁보다 꽃이 피는 아침을 사모하는 체질이다. 깨어있는 파수꾼답게 새벽일을 아침으로 미루고, 아침 할 일 낮으로 미루지 않았다. 미루고 어영부영하다 섣달그믐 날을 숱하게 맞이했기 때문이다. TV 시청은 거의 안 하기에 인기 드라마 주인공을 모른다. 대신 인터넷과 신문 뉴스는 자주 들여다본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는 좋은 글은 쉽게 잊을 수 없어 더 아름다운 꽃으로 가꾸려고 스크랩해 쌓아 놓았다. 매일 아침 맑은 시 세 편을 선별하여 밴드와 카톡에 올린다. 편하게 읽고 한 사람이라도 살기 좋은 세상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쉬운 건 아니지만 지속하며 시를 사랑하고 그 삶을 추구하고 싶다.

바로 아침 운동으로 잇는다. 허접함은 게으른 자의 모습이라 싫기에 흑색 반바지와 백색 상의를 자주 입었다. 모자와 두건 쓰고 양팔에 토시를 끼웠다. 스포츠 양말에 발목 아대 차고 운동화 신고 용모를 바르게 했다. 전남대 운동장의 부름 받아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어김없이 지나는 길에 풀벌레 소리가 이어졌다. 무엇이 저들을 그토록 울게 만들까? 어둠, 이슬, 찬바람, 아침 해, 일찍 일어난 새.. 참 궁금하지만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몸부림치는 소리로 들렸다. 처서 끌어안을 태양이 뜨거운 쟁반처럼 운동장을 달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작열하는 땡볕을 등짐 지며 또 품에 안고 숨차게 뛰었다. 하늘 높고 아기 구름 걸쳐도 햇빛을 가리지 못했다. 이글거리는 트랙을 달릴수록 다리가 무거웠다. 헉헉 거리며 달려도 기록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래도 포기 않고 10킬로 완주 마쳤다.(5543) 바로 수돗가 찾아 물 적시며 몸을 식혔다. 다음 날 발걸음 가벼워 50분 벽 깨려는 욕심이 생겼다. 중반까지 페이스 유지하다 뒷심으로 차고 나갈 요량으로 달렸다. 고관절 통증 맛본 후 자신 있게 속도 내지 못했다. 아니 덥다는 핑계 삼아 평소 근력운동 부족 탓이 컸다. 그래도 10킬로 기록 만족하게 여겼다(5132) 온몸 땀 적시고 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헹구는 행복을 맛보았다.

 

다음 날 아침, 무더위 피해 삼각산을 찾았다. 초입에 무궁화, 봉숭아, 호박꽃이 반겼다. 토란과 풍성한 깻잎 사이 도라지꽃이 웃었다. 노 씨 제각 배롱나무 꽃은 활짝 피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지난 폭우로 도로 반쪽 차선이 씻겨 나게 놀랐다. 솔숲에 어르신 세 분이 의자에 앉아 땀을 식혔다. 우거진 숲에서 부는 바람은 시원하였다. 정상까지 가파른 오르막이라 뛸 수 없는 코스였다. 젖은 길, 나무가 쓰러져 주의가 필요한 구간도 보였다. 군부대 사격장과 근접한 곳이라 등산로 이탈 금지 표지판이 자주 눈에 띄었다. 나무와 바위 사이로 난 흙길에서 거침없이 달렸다. 지정된 장소 두 곳에서 운동기구 통해 몸을 달련하는 사람도 많았다. 국기 게양대 정상 오르는 계단이 폭우로 망가져 한창 수리 중이었다. 오솔길로 내려오며 그동안 여러 모양으로 섬겨 준 이들을 새겼다.

<육 권사님! 고맙습니다. 웬 옥수수를 그리 많이 놓고 가셨어요. 이런 뇌물 받아도 김영란 법 저촉 안 되는지? 오늘 어르신들 모시고 나들이 시중드니라 전화 온 줄도 몰랐습니다. 아무튼 잘 먹겠습니다. 그 은혜 잊지 않고 더 기도하겠습니다. 이상래 목사> <목사님! 감사합니다. 기도해 주신 것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또 제천 감자 한 박스 보낸 지인에게 카톡을 넣다. <감자 꽃권태웅-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마나 하얀 감자// 엄마의 땀과 눈물 섞인 맛있는 고급 감자 잘 받았어. 이 은혜 뭘로 갚을까? 일단 눈 나오기 전 욜심히 삶아 먹을 게.. 넘 고맙지만 염치가 없구려..> <광주 물난리 나서 배달 안 된 줄 알았어요~ 마음은 자주 광주에 있는데 사례비 없이 살다보니 맘 표현하는 게 어렵네요. 어무이에게 약간 용돈 드리면서 제게 할당된 거 이렇게라도 나눌 수 있어 감사해요~~~ㅋㅋㅋ 가을엔 사과 보내 드릴게용~> <암튼 표현할 수 없는 감사.. 엄마 용돈 드려도 은혜는 여전히 유효한 거..> <감솨>

어제저녁, 금요 기도회 마치고 마지막 내린 신 권사님께서 전달한 봉투 받고 돌아와 답을 보냈다. <현호야! 고모 통해 준 기름 값 잘 받았다. 너무 많이 넣어 줘서 부담이 된다. 암튼 고맙다. 더 기도할게..> <아닙니다. 항상 제가 늘 감사했습니다. 여의치 않아서 더 많이 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목사님~> <고맙다야!>

2020. 8. 22 서당골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목사 010 8579 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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