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우러난 은혜
오월과 칠월 사이, 산야에 숨어 지낼 유월을 맞았다.
사람들 눈치채지 못하게 지나갈 계절,
포근하게 감싸 안기듯 오목한 새 둥지 같았다.
손톱만 한 보라색 칡꽃이 피고 둥둥 떠가는 구름은 치자 꽃보다 희었다.
전남대학 운동장 보수로 아침을 달리는 길 잃고 담양 쪽으로 열었다.
패밀리랜드 횡단보도가 10Km 반환점!
아침 햇살 가슴 적실 때 설렘으로 초록 향기 맡으며 달렸다.
삼일 아파트 담장 너머 떨어진 살구 알이 굵었다.
뛸수록 심심한 계곡 물소리와 초여름 푸른 산그늘이 내려왔다.
붉은 꽃의 정열을 담고 들풀 내음이 물씬 풍기는 땀에 젖어 돌아왔다.
오르내리는 길이라 숨 갚았다.
체력 소모가 많아 체중이 줄었다.
영적 갈급에 시작한 40일 저녁 기도회를 마쳤다.
손꼽아 기다리며 준비한 은혜가 넘쳤다.
해거름에 옮겨 놓은 화초마다 물을 뿌렸다.
저녁 7시 전, 주택가 소음 방지 위해 창을 닫았다.
스크린을 내리고 프로젝트를 띄웠다.
반주기에 찬송을 올렸다.
서너 명이 함께 하는 자리지만 잔꾀 부리지 않았다.
‘정승도 저 싫으면 안 한다’지만 단 마음으로 나갔다.
기도로 문을 열고 찬양으로 뜨겁게 달구었다.
설교는 10분 안에 마쳤다.
복음성가 음량을 높이고 끝까지 무릎을 꿇었다.
40분간 부르짖는 기도로 서로의 힘을 실었다.
감사와 회개, 간구와 중보로 가슴 벅찼다.
나로 인해 상처 입은 자들이 떠오를 때 눈물샘에 비상이 걸렸다.
병약한 자 기억하여 간구하면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었다.
차오르는 눈물을 닦고 일어설 때 감동에 밀려 몸도 마음도 깃털이었다.
얼굴빛이 밝았다.
저녁은 시나브로 먹고 달을 품었다.
매일 오후 시간은 저녁 기도회 말씀 준비로 묶었다.
유익하고 복된 자리였다.
권사님이 챙겨 놓은 말린 비트 두 조각을 뜨거운 물에 띄웠다.
바로 붉게 우러나 신기하여 감싸고 마셨다.
혈액 순환 탓인지 머리가 맑았다.
영혼의 궁핍을 스크랩해 둔 읽을거리로 채웠다.
읽기는 글 쓰는 자를 빚어 가는 촉매제였다.
설교 원고도 몸으로 밀어 썼다.
‘생명의 삶’대로 마태복음, 시편, 룻기, 고린도전서 순이었다.
개인 모임은 미루고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공적인 일로 세 번 자리를 비웠지만 아쉬웠다.
쉽지 않은 일을 결연한 자세로 지켰다.
경건의 훈련으로 보이지 않은 유익과 은혜를 누렸다.
사실, 옆집 쓰레기 문제로 교회 출입이 불편한 시기였다.
다세대 건물에서 배출한 쓰레기봉투와 분리수거물을 교회 앞에 놨다.
대리점 차량이 드나든 곳이라 바퀴에 걸리면 흩어졌다.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통에 넣지 않고 검정 비닐에 담아 길에 뒀다.
터져 쏟아지면 파리 끓고 치우기 옹색해 신경 쓰였다.
청결한 거리 위해 그곳 계단에 올렸다.
문제는 주차한 차량이 가려 수거해가지 않았다.
어디선가 그 일로 구시렁대도 참았다.
저녁 기도에 이웃을 품고 마음을 풀었다.
불편을 감수하고 우리 교회 주차 공간으로 옮겼다.
안수 집사님과 골목 청소까지 맡았다.
희한하게 남은 기도회 기간 심정 상할 일이 없었다.
오히려 해남 목사님에게 조생종 양파와 만생 저장용을 두 차례 받았다.
“와~ 윤 목사님,
해마다 애써 지은 농사의 열매 값없이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어머니가 해남 농산물 그리 좋아하셨는데 그립네요.
양파와 더불어 목사님, 사모님 따뜻한 사랑의 양념 함께 먹을게요.
심고 거둔 목사님께서 좋은 것만 골라 보낸 마음 헤아려지네요.
곱빼기 사랑이 차고 넘치네요.
수고의 땀방울 기억할게요.
광주 오시면 밥 살게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삶 누리세요.”
“맛있게 드시고 힘내세요. 파이팅!”
그 후 장로님께서 간성혼수로 쓰러진 줄도 모르고 쓰러졌다.
중환자실의 신음 소리가 컸다.
틀니가 깨지고 옆구리 타박상에 통증이 심한 터라 안타까웠다.
주렁주렁한 링거를 보며 이제 마지막인가 싶었다.
기도 부탁과 성도들이 보고 싶어 안부를 물었다.
최악의 상태에서 한 달 만에 다시 일어섰다.
알게 모르게 하나님께서 만지고 계셨다.
지난주일 예배 참석은 기도의 열매요, 우리의 기쁨이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지만 왕성한 식욕으로 저축한 몫도 보였다.
죽만 먹을 수 없어 주중에 치과 예약을 잡았다.
저녁기도회 마친 다음 날 하나님께서 보상하듯 돌잔치로 이끄셨다.
축하 케이크를 준비하여 이른 저녁 ‘더 큰 장어’ 식당으로 갔다.
1층 직판장에서 국내산 민물 장어를 골라 2층 식당에 앉았다.
간단하게 말씀 전하고 감사 기도 후 축하금을 내밀었다.
숯불에 풍천 장어를 올려 구웠다.
노릇노릇하게 익도록 기다리며 뒤집었다.
바싹 익혀 상추와 명이나물, 양파, 생강, 방울토마토를 올려 먹었다.
아삭한 식감에 고소한 맛이 났다.
셀프 바의 먹거리가 많았다.
무슨 이유가 있기에 순식간 만석을 이뤘다.
대기 손님이 많아 놀랐다.
소문난 식당에서 배를 채웠다.
오가는 길에 세진 자매 딸 ‘바나’와 아들 ‘지금’이로 웃고 즐겼다.
벌써 여섯 살 먹은 딸의 잔상이 눈에 아른거려 동시로 흔적을 남겼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주머니’(이상래)
<말쟁이 바나야! 동생 예쁘지?/ “네, 얼굴이 사과 같아요!”//
세상에서 뭐가 제일 좋아?/ “과자요, 과자! 과자 없이는 못 살아요.”//
그럼, 아이스크림은?/ “에이, 말해 뭐해요. 날마다 먹고 싶어요!”//
그래, 사 줄게/ “어~ 아니다, 아니요! 우리 엄마요, 엄마!”//
왜? 대답이 바뀌었어?/ “엄마 없으면 누가 사 줘요?/
내 소원 들어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나저나 여리게 봤던 세진이가 남매 키운 강한 여장부였다.
2026. 6. 6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