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반을 죽일 권한
신약성경 사도행전에 기록된 스데반의 순교 사건에서 "유대인들이 스데반을 돌로 쳐 죽일 법적 권한이 있었는가?"하는 문제는 역사적·법적 관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복잡한 주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시 로마법상 유대인들에게는 공식적인 사형 집행 권한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데반이 죽임을 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1. 로마법과 유대 공의회(산헤드린)의 권한 사정
당시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로마 제국은 피지배 민족의 종교와 자치 조직(산헤드린 공의회)을 상당 부분 인정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사형 집행권(Ius Gladii, 칼의 권한)만큼은 로마 총독의 고유 권한으로 엄격히 제한했습니다.
요한복음 18장 31절 "유대인들이 이르되 우리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권한이 없나이다 하니" (예수를 처형할 때 유대인들이 빌라도 총독에게 했던 말)
이 원칙대로라면 스데반을 죽이기 위해서는 예수님 때와 마찬가지로 로마 총독의 재판과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2. 권한이 없었음에도 스데반이 죽임당한 이유 (3가지 가설)
역사학자와 신학자들은 스데반의 처형이 정식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은 초법적 사건이었다고 분석하며, 구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① 격분한 군중에 의한 '즉흥적 린치' (가장 유력)
사도행전 7장의 묘사를 보면, 스데반의 설교를 듣던 공의회 의원들과 군중이 극도로 분노하여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어 성 밖으로 끌고 나가 돌로 쳤습니다.
성격: 이는 로마의 법적 절차나 산헤드린의 정식 사형 선고에 의한 처형이 아니라, 종교적 흥분 상태에서 일어난 폭동 및 집단 사형(린치)에 가깝습니다.
로마의 묵인: 로마 총독은 치안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았기 때문에, 유대인들의 종교적 내부 갈등으로 인한 우발적 소요 사태는 때로 묵인하거나 사후 처벌을 유야무야 넘기기도 했습니다.
② 로마 총독의 공백기 또는 정치적 혼란기
역사학자 중 일부는 스데반의 순교 시기를 서기 36년경으로 추정합니다.
이때는 예수님을 재판했던 본디오 빌라도 총독이 파면되어 로마로 소환되고, 후임 총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정치적 공백기였습니다.
이 시기 시리아의 총독 비텔리우스가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치권을 느슨하게 관리했는데, 유대 권력층이 이 틈을 타 로마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형을 집행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③ 성전 모독에 대한 즉결 처형권 활용
로마 제국은 예외적으로 '성전 모독'이나 '성전 이방인 출입' 등 유대교의 핵심 거룩함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유대인들이 즉석에서 처형할 수 있도록 일부 묵인해 주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스데반이 성전과 율법을 모독했다는 고발을 받았기 때문에(사도행전 6:13), 유대인들이 이를 명분 삼아 즉각 처형했을 수 있습니다.
요약
스데반을 죽인 유대인들에게는 합법적인 사형 권한이 없었습니다. 스데반의 순교는 법에 따른 집행이라기보다는, 사형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종교적 광분과 정치적 공백기를 틈타 감행된 우발적이고 초법적인 집단 폭력(린치)으로 보는 것이 역사적 사실에 가장 부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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