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새처럼 날아가 버린 그녀

작성자야성 이도현|작성시간26.06.06|조회수36 목록 댓글 0

<수필>

         새처럼 날아가 버린 그녀

                                                                                                            석송 이명선

 

눈보라 치던 겨울이다. 그는 어느 호숫가에 앉아서 호수를 바라본다.

손을 꼭 잡고 걷던 시절을 상상 해 본다. 여름이면 풋고추 상추쌈에

삼겹살 숯불에 구워 먹으면서 웃던 시절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문득 떠오르는 그녀의 걷는 모습이 생각난다.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긴 코트 자락이 바람에 날리며 뾰쪽한 힐을 신고 똑똑 걷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느 때쯤 되었을까. 똑똑 구두 소리가 멀리 사라질 무렵 그는 그 여인의 뒤를 재빨리 달려가다가 문득 멈춰 선다.

왠지 모르게 서성거린다.

 

아니야! 아니야! 이게 아니야, 그녀의 뒷모습은 틀림없는데 내 상상 이 참 우습구나.’ 빨강 구두 생일선물로 사준 건데 생각하며 호숫가에 서서 출렁이는 물결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본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물고기를 채어 멀리멀리 높이 아주 높이 훨훨 날아가 버렸다. 코스모스는 꽃대만 홀로 남아 있다. 그는 나를 위로해 주며 놀아 준다.

어쩌면 그 여인도 새처럼 날아가 버린 거야

그는 다시 호숫가에 앉아서 조그마한 마을 초가집들을 바라보며 초가삼간 집을 짓고 아들딸 둘만 낳고 재미있게 살자고 손가락 걸고 굳게

약속했는데, 소나기 쏟아지던 날, 태풍이 불던 날, 나를 마중 나왔다가

바람에 휩쓸려 가 버렸어!‘

 

고양이 한 마리가 그 곁에 살금살금 다가온다. 야옹거리는 소리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비야 너도 혼자니? 나비는 야옹야옹하더니 슬그머니 뒤를 본다. 이때 고양이 또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가 어슬렁 어슬렁 걸어온다. 그는 고양이 가족을 보고 깨닫게 된다.

 

그래, 너는 가족이 있어서 외롭지 않겠구나.”

나는 가족을 잃어버렸어, 그녀는 낙엽처럼 날아가 버렸어. 자기를 보는 그는 다시 호숫가에 주저앉아 그 여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호숫가를 맴돈다.

 

꽁꽁 언 호수 가운데에 둥둥 떠 있는 국화꽃 한 송이가 움츠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순간 춥겠구나! 생각한다. 이때, “사랑했어요?”

라고 물었을 때 대답을 못 했던 그 날, 그 말이 머릿속에 스쳐 간다.

, 사랑했어요”. 라고 대답한다. 이제라도 대답할 수 있어서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그는 기다리던 여인을 만났다. 늘 무거웠던 마음을 이제야 내려놓을 수 있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간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