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한미동맹 유지 속 합의?불평등 한미조약, SOFA 유지 시 국내외 법 위반 문제 발생 소지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 기사입력 2026/06/05 [20:00]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장관과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지난 30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밝힌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관련 답변을 보면 한미 두 정부는 현재의 한미동맹 틀을 유지하는 조건에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의 전작권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최근 안규백 장관과도 전작권 전환 문제를 논의했다. 동맹국이 더 빨리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미군의 작전계획과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간 지녀온 책임이 존중되는 지점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원한다는 사실을 환영한다. 이는 향후 한반도에서 한미 양국 모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며, 이는 매우 좋은 일이다. 책임 분담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다면 한국을 보라”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역량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우리의 관점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한국의 신속한 전작권 전환 추진을 헤그세스 장관이 고무적으로 평가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미 상·하원 대표단에게 내일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아무 어려움이 없다는 취지와 내용을 풍성하게 전달했다. 한미 양국은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가 이미 충족됐다고 합의한 것을 비롯해, 우리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두 장관의 말을 종합하면 전작권 전환은, 불평등 조약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부속협정 SOFA(주한미군지위협정)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구조에서 한미연합군의 지휘권을 한국이 행사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작권 전환 후 한국의 완전한 군사적 주권 회복은 미흡할 듯
만약 향후 수 년 안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경우 주한미군의 치외법권적 지위가 계속 유지되고 주한미군의 기지, 작전에 대해 한국이 개입할 수 없어 한국이 완전한 군사적 주권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가 유지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의 헌법상 주권이 외국군에 의해 제약받게 되고 그에 대한 한국 의회 등의 합법적 통제가 지난 70여 년처럼 이뤄지지 않아 한국 민주주의 공간이 여전히 협소해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중국 등과 군사적 충돌을 벌일 경우 한국이 전쟁에 휘말리게 되면서 국민의 안위 문제 및 전쟁 배상 등에서 연대 책임을 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미동맹, 특히 SOFA 제3, 28조에 의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기지, 작전 등을 미국 정부의 비밀 유지 방침에 따라 자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는 관행이 수십 년간 굳어져 있는데 이런 비정상이 계속 유지될 경우 이로 인한 부작용의 대가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017년 경북 상주에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사드가 배치되자 중국이 자국 정찰, 탐지용이라고 항의하면서 한한령을 발동해 한국 관광, 한류 업계에 큰 피해를 10년째 주고 있는데 미국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뒤로 빠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향후 이런 유사한 사태가 빈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현재 주한미군과 유엔사, 한미연합사 사령관도 맡고 있는데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유엔사가 향후 한·미·일 3각 군사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 DMZ 관할권을 계속 행사할 경우 남북한 교류협력 관계에 중차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또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과 치외법권적 특권 유지의 배경이 되는 분단과 긴장 상태 유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이 지적될 수 있다.
최근 주한미군사령관이나 미국 조야의 외교국방 전문가들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미 국익에 더 크게 이바지하는 방향의 주장을 내놓은 것이 향후 한미 간 협상 과정에서 마찰 지점을 의식한 포석의 의미를 담고 있다.
향후 전작권 전환 최종 마무리 순서에서 미국은 한미동맹의 제일 목표를 동북아에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를 유지하는 데 두고 있어 주한미군의 치외법권적 ‘비밀주의’ 유지와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고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한국 정부도 미국이 필리핀, 나토 회원국과 맺고 있는 평등한 주권국가 간의 동맹으로 개선할 것을 주장하며 맞불을 놓아야 할 것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면면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전작권 전환 추진과 한미동맹 구조 유지
한미 국방부장관의 발언은 전작권 전환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정책적·정치적 결단으로 속도를 내자고 밀어붙이는 중이고, 미국은 동북아의 달라진 안보 환경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등 동맹 현대화에서 미 국익을 챙기려는 최종 단계를 놓고 팽팽한 조율 과정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의 시기나 주한미군 위상 변화를 두고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제를 중심으로 한 한미동맹 자체는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점은 양국 모두 당연한 전제로 깔고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호방위조약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전작권이 전환된다면 SOFA 협정 자체가 자동으로 개정되거나 폐기되지 않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미군에 부지를 공여하고 시설 내 권리를 보장하는 현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기지 내에 한국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도 변함이 없다.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근간으로 한 한미동맹 체제에서 독자적인 중러 상대 작전을 비밀리에 수행하는 등의 작업도 계속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방어적 목적으로 국회 비준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중러 상대 비밀 작전이나 전략적 유연성은 그 틀을 공격적 전진기지로 전용하는 것이어서 조약의 목적론적 해석에 반한다는 유권해석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이 이뤄진 뒤 한미동맹이 어떻게 가동될까를 추정하면 아래와 같다.
① 미군의 세계 전략 수행 지속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이 70여 년 전부터 치외법권적 특권 속에 미 본토 수호를 위해 중국, 소련과 러시아를 상대로 벌여온 세계 전략 작전계획(SIOP, OPLAN) 수행과 미군기지 내 한국 공권력의 행사 불가능 상태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전작권이 전환되어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령부’가 출범하는 계획이 실행된다 하더라도, 주한미군은 미국의 대통령, 국가통수기구(NCMA)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는 독자적인 작전계획과 수행 권한을 고스란히 유지할 것이다.
전작권이 전환되어 연합 작전 시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가 되지만 이는 미군이 한국군의 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한다는 뜻이 아니다. 미군은 자국의 국익이나 작전계획 수행에 따라 한국군 사령관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독자적인 전략자산 등을 별도로 운용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헤그세스 장관이 말한 “미군의 작전계획과 책임이 존중되는 지점에서의 균형”이 바로 이 부분을 의미한다. 한국군으로 전작권이 넘어가더라도 미군 본연의 작전계획과 지휘 계통의 자율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지노선을 그은 것이다.
②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한국 공권력 행사 제한
전작권 전환과 SOFA에 따른 기지 내 관할권 문제는 서로 차원이 다른 법적 영역으로 전작권과 기지 관할권은 분리된다. 전작권은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 연합 부대를 누가 지휘할 것인가’에 대한 군사 지휘권의 문제다. 반면, 미군기지에 대한 권한과 한국 공권력의 제한은 SOFA 제3조(시설과 구역-보안조치) 등에 규정된 법적·외교적 특권의 문제다.
SOFA 규정에 따라 미국은 한국이 제공한 시설과 구역(기지) 내에서 “그들의 운영, 경호 및 통제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 기지 내부의 치안과 통제권은 미군 당국에 있으며, 한국 경찰이나 사법 당국의 공권력은 미군 측의 사전 동의나 요청 없이는 기지 내로 진입해 집행될 수 없다.
전작권 전환은 연합 방위의 ‘간판(사령관)’을 한국군으로 바꾸고 한국군의 주도권을 높이는 조치일 뿐, 미군이 가진 독자적 작전(OPLAN) 권한을 박탈하거나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주권(공권력)을 온전히 회복하는 조치가 아니다. 미국이 조기 전환 논의에 응하면서도 “우리 작전계획과 책임이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는 속내가 이것이다.
③ 전략적 유연성 지속
주한미군이 중러를 상대로 상정한 전략적 유연성 개념은 계속 적용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협정이 아닌 합의 형식으로 만든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헌법적 권리와 국제법에 어긋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오늘날까지의 한미동맹 역사에서 가장 폭발력 있고 민감한 법적·정치적 쟁점이다.
전략적 유연성의 국내, 국제법적 문제
주한미군이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 영토나 기지를 발판 삼아 대만해협 등에서 중국·러시아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감행할 경우, 이는 한국 국민의 헌법적 권리(평화적 생존권)와 국제법(주권 존중 및 UN 헌장 등)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날 소지가 매우 크다. 이 문제가 안고 있는 법적·국제법적 모순은 다음과 같다.
① 헌법적 관점: 생존권과 주권 침해 가능성
한국 헌법은 평화주의를 강력하게 천명하고 있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되어 있다.
주한미군이 한국 기지에서 출격해 중러와 무력 충돌을 일으키면, 한국은 상대국의 보복 공격 대상이 되어 우리 국민이 전쟁의 참화에 강제로 휘말리게 한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평화적으로 살 권리를 국가가 보호하지 못하는 헌법적 파괴 상황이 된다.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정부가 합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주권국가의 영토(또는 공역·영해)를, 타국을 공격하는 기지로 사용하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사실을 역대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고 국회에서도 공론화하지 않은 것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있다는 것과 함께 민주주의의 영역이 한미동맹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 정부가 이 점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위험이 있다.
② 국제법적 문제
국제법적 조약 측면에서도 미군의 중러 상대 독자 행동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를 초과한 법적 문제를 유발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조약의 적용 대상을 “태평양지역에 있어서 각 당사국의 관할권하에 있는 영토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제한하는 방어적 동맹이다.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등 역외 분쟁에 개입해 선제적이거나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하는 것은 이 조약의 목적과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행위다.
③ SOFA의 국제법적 한계
SOFA는 양자조약이므로 제3국(중러)에 대한 무력행사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조약의 국제법상 대원칙의 하나는 “조약은 오직 그 조약에 동의하고 서명·비준한 당사국에 대해서만 법적 권리와 의무를 발생시키며, 제3국에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로 되어 있고 이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VCLT)’에 규정되어 있다.
즉, 이 협약 제34조(제3국에 관한 일반원칙)는 “조약은 당사국의 동의 없이는 제3국에 대하여 의무나 권리를 창출하지 아니한다”로 되어 있고 제35·36조는 조약이 제3국에 ‘의무’를 지우려면 제3국이 서면으로 이를 명시적으로 수락해야 하고, ‘권리’를 부여하려 해도 제3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게 되어 있다.
미국이 SOFA를 앞세워 한국에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 UN 헌장 위반 소지가 있다. UN 헌장 제2조 제4항은 국제관계에서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미군의 행동이 국제 사회에서 ‘침략 행위’나 ‘불법적 무력행사’로 규정될 경우, 그 미군에게 기지를 제공한 대한민국 역시 국제법상 ‘위법 행위의 방조국 또는 지원국’으로 몰려 국제법적 책임을 지게 될 위험이 있다.
국제 관습법상 영토 사용 허용국은 해당 영토에서 발생한 무력 행위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는 국제법위원회(ILC)의 국가책임 초안 제16조(타국의 국제 위법 행위에 대한 원조·지원)에 근거한다.
한미 간에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제법상 주권 원칙을 초월할 수는 없다. 전략적 유연성은 2006년 1월 한미 양국이 외교부장관 회담을 통해 합의하며 다음과 같은 공동성명(정치적 합의)을 발표했는데 그 문구는 다음과 같다.
“미국은 한국이 한국 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시아의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한국은 이 문구를 근거로 미군이 한국 기지를 떠나 중러와 싸우는 것은 미국의 자유일지 몰라도, 한국 기지에서 직접 출격해 공격하는 것은 한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해석은 다르다. 미국은 SOFA 규정에 따라 주한미군기지 내부의 통제권이 미군에 있으므로, 미군 자산의 이동과 출격은 미국의 독자적 권한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미 대통령의 선제타격권처럼 가능한 한 신속하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할 경우 미국의 법치에 합당하게 된다는 점을 한국은 유의해야 한다. 이런 점을 노무현 정부가 치밀하게 계산해서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해야 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얼마 전 주한미군과 중국 공군기가 서해상에서 대치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주한미군사령관이 ‘문제가 없다’고 맞짱을 뜬 것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미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이 한국을 발판 삼아 제3국에 군사행동을 감행하는 것은 명백히 국내외 법이나 조약의 목적에 저촉되는 측면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SOFA 체제와 미군의 독자적 작전권(OPLAN) 구조 때문에 이를 물리적으로 막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작권 전환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독자 행동에 대한 사전 협의권 등을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다른 동맹과 한미동맹 비교
한미는 전작권이 전환되면 단일한 미래연합사령부 아래에서 함께 작전을 통제하는 ‘통합형’ 구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한국 장성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 체제가 실현된다면 이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매우 독특하고 기이한 형태이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은 주한미군의 독자적 지휘권을 계속 행사하기 위해 미래연합사를 유엔 산하에 편입하거나 연합사 해체 등을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전작권 전환이 기존 한미동맹의 구도 속에 이뤄질 경우 전환 이후의 한미동맹은 필리핀, 나토, 일본 등 미국이 맺고 있는 다른 동맹들과 지휘 구조 및 성격 면에서 차이가 크다. 필리핀 등의 경우 각자 자국 군대에 지휘권을 행사하고 단일 통합 사령부 없이 필요할 때만 협조하는 모델로 이를 살피면 아래와 같다.
① 필리핀 모델: 각자 지휘 체제
필리핀과 미국의 동맹은 병렬형(Parallel) 지휘 형태다. 한미연합사 같은 단일 사령부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평시든 전시든 필리핀군은 필리핀 대통령이, 미군은 미국 대통령이 각자 지휘한다. 작전 방식을 보면 유사시 공동의 적이 생기면 양국 사령관이 만나 “우리가 이쪽을 맡을 테니, 당신들이 저쪽을 지원해달라”라고 협조만 하는 구조다.
② 나토 모델: 다자간 위임 체제
나토는 한미동맹처럼 단일한 사령관이 연합군을 이끄는 통합형 지휘 구조라는 점에서 겉보기엔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평시에 자국군 통제권을 완전히 갖고 있다가, 유사시 나토의 결의에 따라 자발적으로 파견한 병력에 대해서만 미군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위임한다.
나토의 군사 총책임자인 유럽동맹군 최고사령관(SACEUR)은 역사상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미군 4성 장성이 맡아왔다. 유럽 국가들이 미군의 막대한 군사력과 핵우산에 의존하는 대가로 지휘권을 미군에 양보한 것이다.
③ 미일 군사 관계: 병렬형 지휘 구조
미일동맹은 필리핀처럼 각자 자국군을 지휘하는 병렬형 구조다. 일본 자위대는 미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미일동맹은 사실상의 통합형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이 자위대를 일원적으로 지휘할 통합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미국 역시 ‘주일미군 합동군사령부’를 만들어 긴밀히 협조하는 체제로 추진하고 있으나 법적으로 각자의 자율권과 독자적인 지휘 계통을 철저히 유지한다.
한미연합사처럼 한 명의 사령관이 양국 군대를 모두 지휘하는 체제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병렬형 지휘 구조다. 신설된 미일사령부는 서로 독립된 두 개의 방에 존재하면서 두 방 사이에 거대한 유리창과 실시간 통신망을 뚫어놓고, 양국 사령관이 합의한 내용에 따라 각자 자국 군대에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전작권 전환과 미래연합사령부 출범에 대해 미군이 타국군의 지휘를 받은 사례가 없다면서 이례적인 것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의 소규모 부대(대대, 여단, 심지어 사단급까지)가 연합 작전이나 UN 평화유지군(PKF) 활동 등에서 타국군 지휘관의 ‘작전통제(Operational Control)’를 받은 사례가 존재한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론 - 주한미군의 반국제법적 행동, 한국 거부권 행사해야
전략적 유연성에 근거한 주한미군의 중러 군사행동은 헌법 제5조(침략전쟁 부인), 제10조(생명권), 제60조(국회 동의권) 및 유엔 헌장 제2조 4항, 국가책임법 제16조와 충돌할 소지가 크다. 한미 정부의 2006년 ‘전략적 유연성 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고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문제는 전작권 전환 논의와 맞물려, 한국이 자국 영토에서 발생하는 군사행동에 대해 실질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등을 마련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이 형식적으로 지휘권 이양의 형식만 취할 경우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해소할 수 없으므로 한미상호방위조약 또는 SOFA 개정 등을 통해 헌법적·국제법적 문제의 소지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의 한미관계가 전면 정상화되어야 하는바, 이는 필리핀, 나토, 일본과 미국의 동맹 체제와 유사한 형식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고 자연스럽다. 전작권 전환이 논의되고 있지만 한미 간에 70여 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수직적 군사 관계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간에 국제법 등을 바탕으로 자주성을 존중하는 전제에서 동맹이 논의되는 것이 지구촌 상식이다. 한미가 미래연합사 지휘 체계를 수직형으로만 고려하는 것은 언제든 미국이 갑이 되는 식으로 전환이 쉽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21세기 국가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이 한국의 국력 신장에도 걸맞고 동북아 평화 정착, 남북 평화통일 추진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을 이재명 정부는 깊이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걸핏하면 주한미군 철수로 겁박하는 방식을 동원하고 한국은 겁먹은 어린이의 모습으로 미국에 매달리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비정상적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자국 법체계에 따라 자국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이지 한국을 보호하고 은혜를 베푼다고 하는 것은 그다음의 고려 사항이다.
미국의 외교·군사 대통령령인 PDD-25는 미군 해외 파병의 최우선 기준으로 ‘미국의 국익’을 규정하고 있으며, 평화와 정의 등의 가치는 그다음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국제 평화 유지라는 명분 속에서도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국가 이기주의적 원칙을 제도화한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제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안보가 정치에 악용될 수 있는 소지는 발본색원해야 한다. 동시에 국민에게 정확한 한미동맹, 그 불평등한 관계에 대해 침묵하는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그것은 정치가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는 심각한 사태라 하겠다. K-팝 문화 등으로 세계 최정상의 눈높이를 지닌 한국 젊은이들이 한미 군사적 종속관계가 국내외 법에도 어긋나면서 강대국 간의 전쟁으로 자신들의 생명도 위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추가
한미동맹 관련해 한국은 정부는 물론 국회, 언론, 학계 등이 침묵하거나 가급적 언급을 회피하는 것은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미군정 이후 미국은 슈퍼 갑, 고마운 존재라는 고정관념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신미양요 이래 150여 년의 한미관계사를 보면 미 국익 추구의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미국에 비판적이라는 정치인도 지엽적인,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 책임을 외면한 지엽적 논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사령관의 한미 군 관계 발언에 대해 그가 워싱턴의 지령이나 허가를 받는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그에게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감정적인 비판을 퍼붓는 식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기본 틀을 공론화하지 않고 미국에 대한 허상을 유포하는 미맹 현상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항상 냉정해야 한다. 한미동맹 문제는 미국 연방정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지구촌 차원의 보편적, 상식적인 국가관계에 대한 공론화, 의식화가 절실하다. 청소년 세대에게 당당한 주권국가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책무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참고문헌
국방부. (2024). 2024 국방백서. 서울: 대한민국 국방부. (전작권 전환 조건 및 미래연합사령부 구조 관련)
국회입법조사처. (2025).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른 법적·안보적 영향 분석. (이슈와 논점 제2345호). 서울: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국방연구원(KIDA). (2023).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안보협의체제(SCM/MCM)의 효율적 운영 방안. 서울: 한국국방연구원.
3. 해외 학술 문헌 및 국제 조약 (APA 양식)
Department of State, United States of America. (1953). Mutual Defense Treaty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Treaties and Other International Acts Series, TIAS 3097.
Department of State, United States of America. (1966). Facilities and Areas and the Status of United States Armed Forces in Korea (SOFA). Article III & Article XXVI.
Feickert, A. (2024). U.S. Military Command Structure and Joint Force Operations with Allies. Washington, D.C.: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Report.
Manyin, M. E. (2025). U.S.-South Korea Alliance: Issues for Congress. Washington, D.C.: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Report.
Sloane, S. R. (2018). Defense Planning for National Security: NATO and the Changing Structure of American Alliances. New York: Rout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