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게 사방에 다투어 피어났던 봄꽃들도 다 지고, 맑고 고운 햇살 아래 초록빛 녹음이 싱그러운 유월의 아침!
오늘도 고통과 절망 속에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는 말기 암 환우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며, 엄마에게 참된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해준,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밝게 웃고 있을 너를 생각하며 그동안 애써 엄마의 가슴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그리움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단다.
아프고 힘들었던 유년의 뜨락과 청년의 때를 보내고 아빠를 만나 그 사랑의 열매로 네가 엄마의 삶속에 찾아 왔을 때, 비로소 기쁨의 무늬가 새겨졌었지. 세상을 눈부시게 할 만큼 그렇게 사랑스럽던 네가, 어느 날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해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너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었지. 그 후로 119, 129, 고속도로응급구조대를 타고서 나을 수 있는 모든 곳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그 해, 서울에 첫눈이 내리던 날, 불꽃이 되어 ‘한 천사가 내게로 왔다가 홀연히 떠나 버렸다’고 제인 에어가 고백한 것처럼 그렇게 엄마 곁을 떠나버렸지.
암 투병을 하는 이해인 수녀님이
‘꽃이 진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이 보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만 더 크게 다가와
힘들고 어려울수록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던 것처럼, 엄마는 네가 떠난 빈자리에서 신앙을 통해 인생의 어떠함과 결국을 깨닫게 되었고, 그 아픈 마음이 회복되어 몸과 마음이 아픈 이웃들을 향해 너에게 다 주지 못한 사랑을 부족하지만 나누며 살고 있단다.
엄마에게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삶에 대하여 겸손과, 힘써 사랑하고 용서하며 섬기는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너를 통해서 만나게 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의 삶을 살고 있는 엄마는, 수고로운 삶을 살다가 생각지 않은 때에, 원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고통과 아픔을 안고 투병하고 있는 환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우리들의 작은 사랑의 수고를 통해 사랑하는 환우들에게도, 엄마에게 고통과 절망의 담을 뛰어 넘게 한 소망과 위로가 담겨지기를 기도하고 있단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엄마도 네가 있는 하늘나라로 이사 가는 날, 사랑과 믿음의 열매 가득안고 너에게 달려갈게.
사랑한다, 고맙다.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