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빠짐없이 시위가 있었다.
시위대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정당한 구호를 외쳤다. 독재타도 민주쟁취! 누구도 시위를 반대하지 않았다. 권력을 잡은 군사정권만 학생들과 시민들의 시위를 막아섰다.
캠퍼스 안에서 출발한 시위대가 학교 정문을 나서지 못하고 경찰 병력에 막혀 몸싸움을 시작한다.
경찰들이 수적으로 우세한 시위대에 힘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다연발 최루탄(일명 ‘지랄탄’)을 발사하여 시위대를 흩었다. 학생들은 길바닥에 깔린 보도블럭을 깨고, 학교 담벼락을 무너뜨려서 ‘짱돌’을 만들어 가두 행진을 막는 경찰들에게 던졌다.
1980년대 대학생 시절의 낯익은 풍경.
암울한 시대를 견디지 못한 해가 빛을 잃고 밤을 맞았다. 온통 어둠이다.
경찰들이 낮에 발사한 최루탄 가루가, 밤이 되어 교내 벤치를 찾는 이들의 코 끝을 매케하고 얼얼하게 했다. 벤치에 앉은 처음 몇 분간은 훌쩍거리며 콧물을 닦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훌쩍이던 콧물은 감각을 잃고 줄줄 흘러내린다.
낮에는 깨어 있어서 아프고 밤에는 아파서 깨어 있어야 했다. 빛이 빛이 아니었다.
낮이 낮이 아니었다. 밤도 밤이 아니었다. 지루하고 답답한 삶은 길을 잃고 방황했다.
시대가 나를 어둠으로 몰고가 하루하루 삶을 버거워할 때 내 마음에 작은 빛 한 줄기가 들어왔다.
캠퍼스 구석구석을 밝히는 희미한 가로등 아래로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고단함과 혼란에 휩싸인 마음에 밝은 빛을 밝혔다. 한 구절의 말씀이 우리를 흥분시켰다.
“병년 형제, 이 말씀 좀 봐요!”
어둠속에 닫혔던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말씀을 읽어내려갔다.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함이니라”(하박국 2:14).
말씀이 우리의 마음을 읽었다.
‘깊은 바다 속 어디라도 물이 닿지 않는 곳이 있을까. 모래와 모래 사이에도 물은 스며든다.
바위와 바위 틈에도. 하나님의 주권이 모든 영역에 이렇게 인정되는 날이 온다.
그날이 되면 하나님의 통치가 세세하게 이루어진다.
’ 말씀이 내 마음속에서 어둠을 몰아내고, 내 삶에 새 힘을 주었다.
시대를 밝히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여호와의 영광! 그 아름다움, 그 위엄, 그 통치, 그 샬롬, 그 은혜….
삶의 목적이 바뀌었다. 영이 거듭났다.
(매일성경11-12호에 실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