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비틀즈 멤버들이 다녀간 이후 북인도 히말라야 기슭의 작은 마을 리시케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가 되었다. 그들이 초월명상을 경험한 후 '마약 대신 명상'을 외친 <비틀즈 아쉬람> 외에도 수많은 요가 센터들이 들어서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요가를 배우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며칠 전 리시케시의 카페에서 한 여성과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다 요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요가 지도자 과정을 밟기 위해 왔다고 했다. 며칠 후면 정식 자격증을 갖게 될 그녀는 무척 성실한 사람 같았다. 다양한 요가 중에서도 자신이 배운 방식의 요가에 대한 자부심이 컸으며, 요가 수행자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구분이 분명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도 엄격했다.
대화 끝에 그녀가 내 책을 많이 읽었다며 조언을 부탁했다. '어,' 하고 머리를 긁적이는 사이 수첩을 꺼내 받아 적을 준비까지 했다. 정말로 성실한 사람이었다! 정색하며 '조언 없이도 훌륭한 요가 강사가 될 것'이라고 사양했지만, 아예 자필로 한 마디 적어달라며 수첩을 내밀었다. 더 거부하면 상처받을 것 같아서 한 문장을 써 주었다.
'지루한 사람이 되지 말자.'
더 뭐라 말하기 전에 일어나 그녀의 여행을 축원해 주고 헤어졌다. 멀리 협곡 아래 갠지스강이 흐르는 절벽 위 카페에 앉아 그녀가 그 문장을 보며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모른다. 사실 그것은 그녀에게 주는 충고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요가와 명상을 배우고 많은 지식을 습득한 후에 지루한 사람이 되는 것만큼 인생에서 큰 실수는 없다. 그런 사람은 타인까지 지루하게 만든다. 음악이 귀에 들리지 않는 사람은 춤추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하지 않는가.
네팔의 산속 동굴에서 4년 동안 침묵 수행하던 승려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따금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으며, 그 짧은 접촉 외에는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다. 홀로 있는 그 기간 동안 마음을 고요히 하고 불안에서 벗어나는 기술을 익혔다. 그 무렵 달라이 라마가 그 지역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동굴을 내려왔다.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에게 이제 그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영적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그 승려에게 해 준 달라이 라마의 조언은 상쾌했다.
"따분하게 살지 않으면 됩니다! 즐겁게 사세요!"
그 조언은 승려가 갖고 있던 수행의 기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그 은둔 수행자의 명상이 무가치하다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거기서 멈추지 말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세계에 갇혀 자신이 만든 거미줄로 스스로를 휘감는 것이 된다고.
이런 이야기가 있다. 평생을 경건하고 독실하게 살아온 남자가 있었다. 그는 매일 열 시간씩 하루도 빠짐없이 신에게 기도했다. 하지만 무신론자인 동생과 달리 비참한 삶을 살다 죽었다. 아내는 그를 떠났으며, 동업자는 배신했고, 자식들도 연락을 끊었다. 반면에 평생 한 번도 기도한 적 없는 동생은 훌륭한 아내와 충실한 자식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삶을 누렸다.
마침내 신 앞에 선 경건한 남자는 물었다.
"저는 불평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불평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아내가 떠났을 때도 당신의 섭리를 믿으며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자식들이 등을 돌렸을 때도 당신의 뜻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왜 이 모든 불행한 일들이 무신론자인 제 동생에게 일어나지 않고 매일 열 시간씩 기도한 저에게 일어난 건가요?"
신이 말했다.
"왜냐하면 그대는 재미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야! 매일 열 시간씩 그대의 기도를 듣느라 나도 지겨웠어. 그렇게 살지 말라고 내가 여러 번 속삭였는데도 듣지 않았어."
*
4월 1일 오늘, 델리 공항에 새벽부터 엄청난 폭설이 내리고 눈폭풍이 불어 비행기 이착륙이 며칠 동안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제가 사인회 일정에 맞춰 한국에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육로를 통해 가는 것도 생각해 보고 있지만 버스를 타고 델리 - 네팔 카트만두 - 티베트 라사 - 중국 대륙 통과 후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혜화동에 저와 똑같은 외모와 체격을 가진, 게다가 시인이기까지 한 사람이 한 명 살고 있으니 그에게 대리 사인회를 하도록 부탁하겠습니다. 마음 바꾸지 마시고 꼭 와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출간 기념 저자 사인회 일정
서울 동양서림(종로구 혜화동 로터리) 02-762-0715
4월 6일(토요일), 오후 2시
부산 영광도서(부산진구 서면 문화로) 051-816-9500
4월 13일(토요일), 오후 2시
대전 계룡문고(대전 중구 선화동) 042-222-4600
4월 20일(토요일), 오후 2시
art credit_축구하는 인도의 사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