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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부방

깃발/유치환

작성자참나무다리|작성시간04.07.25|조회수56 목록 댓글 0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조선문단], 1936. 1

** 노스탤지어 : 향수. 동경


<맥락 읽기>

1. 화자는? - 나 또는 시인

2. 화자는 무엇을 바라보는가? -- 깃발

3. 그런데 깃발의 모습은 이 시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가?
--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4. 그렇다면 어떻게 표현되고 있나?
① 소리없는 아우성
②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③ 순정
④ 백로처럼 날개를 편 애수
⑤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

5 이 시에서는 깃발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깃발에서 받은 화자의 느낌과 생각이 관념적으로 위의 다섯 가지로 표현된 것을 알 수 있겠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런 관념과 정서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5-1 ‘깃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한번 그려 보자.
-- 앞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있고 바닷가 절벽 위에는 깃대에 매달린 깃발이 푸른 해원을 향 해 아우성치 듯 펄럭이고 있다.

6. 그것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4번에서 정리한 다섯 가지 표현 중에서 공통적인 것끼리 나누어 보면?
-- ①②③과 ④⑤

7. ①②③이 주는 구체적인 느낌과 의미를 생각해 보자.
①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주는 느낌은?
-- 무엇을 향한 갈망
②에서는 ‘푸른 해원을 향한 동경과 향수.
③에서는 지극히 순수한 감정임을 말해 준다.
이것을 정리해 보면?
-- 지극히 순수한 마음으로 푸른 해원을 향해 갈망. 동경. 향수를 느낀다고 볼 수 있겠다.

8. ‘푸른 해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이미지는?
① 떠나고 싶은 곳 ② 미지의 세계
③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
결국엔 화자가 추구하는 세계, 이상향 또는 현실에서 벗어난 세계 등으로 보면 되겠네.

9. 그런데 이상향을 추구한다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인데 왜 ④ 와 ⑤에서 ‘애수와 슬픈 마음’이 생길까? (깃대에 매달려 있는 깃발의 속성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자.)
-- 깃발은 이상향에 도달하려 몸부림치치만 깃대에 매달려 있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결국에는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한 한계를 화자는 깃발의 모습을 보면서 떠올리고 있다.

10,‘깃발’에 그런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은 곧 ‘깃발’을 통해 우리 인간 존재의 한계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그렇네요,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의 세계를 지향하고 싶으나 늘 현실에 묶여 그럴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 좌절감을 표현한 것이지요

<생각해 보기>
* 우리들은 어떤 상황일 때 이 ‘깃발’과 같은 심정을 가지게 되는지 생각해보자.

* 우리들이 지향하고 싶은 ‘푸른 해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며 우리들의 발을 묶는 현실(깃대)에 해당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시는 ‘낯설게 하기’이다.

문학 특히 시가 시적 대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낯설게 하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문학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것인데, 이 말을 이해하면
우리가 ‘시’를 이해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될 것이며 특히 위 시 ‘깃발’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볼 때나, 어떤 대상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 대상이 낯익은 것이라면 과거에 그 대상에 대해 가졌던 관념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 대상에 대한 고정 관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에서는 그 대상을 좀 다르게 제시 한다. 즉 ‘낯설게’ 제시(대상의 생소화라고도 한다.)하여 그 대상의 또 다른 의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은피라미떼
은피라미떼처럼 반짝이는

아침 풀벌레 소리 <김 종 길 ‘여울’에서>

위 시는 풀벌레 소리를 은피라미떼처럼 반짝인다는 낯선 비유로 표현하여 아침 풀벌레 소리의 맑고 생생한 생명감을 아주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감각시켜 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풀벌레 소리의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유치환의 ‘깃발’에서는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바다를 향해 펄럭이는(하늘을 향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여기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 ‘손수건’, ‘순정’, ‘애수’ 등으로 비유하여 깃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고정관념, 즉 승리의 깃발이나 국가나 집단의 상징으로 생각해 오던 것을 여지없이 깨뜨려 버린다. 그리고 깃대마저도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이라 하여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깃발을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인식하도록 낯선 비유를 함으로서 깃발은 또 하나의 새로운 의미를 가지면서 독자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시를 대한 독자로서는 깃발이 가진 일상적인 고정관념을 깨지 않고서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깃발’을 처음 읽어 보는 사람에게는 ‘도대체 무슨 뜻이지?’ 하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어느 시의 한 부분이다. 대상을 어떻게 낯설게 했는지 시를 자세히 살펴 보자. □에 들어갈 한 음절로 된 말이 이 시에서 낯설게 제시한 대상이다. 무엇일까?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뎃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들만 남겨 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김광섭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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