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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시

부지런한 난쟁이 外 - 임곤택

작성자에반겔리컬|작성시간12.07.23|조회수91 목록 댓글 1

부지런한 난쟁이

 

당신, 부지런한 난쟁이

양편에서 쏘아진 화살처럼 바쁘게 오가는

당신 왼편에 하이마트 미아점이 있고

오른편 노인들은 한 개비의 담배를

두 번으로 나눠 피우고

 

당신은 한 번의 빗질로 한 가지 생각을

한 가지 생각으로 한 번의 가을을 다 쓸어 담네

그러고는 총총 건널목을 건너지

 

당신은 오만한 친구

넘어진 주인을 일으키지 않는 일꾼

 

당신, 부지런한 난쟁이

양팔을 늘여 은행나무와 버스들을 한데 묶고

모자 속에서 흰 비둘기를 꺼내어 날리지

당신은 삽화 속의 인력거꾼

한 이야기를 다음 이야기로 실어 나르네

 

내 이마의 청동거울

 

나무에서 왔으므로 나는 아름답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침묵하라는 충고들이 말꼬리를 잘랐다

가장 굵게 잔뼈가 자란 거리의 이름을

수십 번 부정하고

가르마를 바꾸고 오른손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도 닮고 싶지 않았다

 

발밑이 땅이 아니라는 느낌

어떤 연륜도 뿌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

풀밭에서 듣는 울음소리

원시의 발자국과 무인도의 유칼립투스, 사그락거리는 태고의 모래 해변

내 기억이 아니라는 것

 

당신은 내 이마 위에

당신의 살이었던 서랍과 빈 상자들 속에

녹청색 어금니와 불안하게 회오리치는 잎맥을 넣어두었다

그렇게 나는 플라타너스를 좋아하고

자주 하늘을 보았다는 것

 

어깨에 떨어진 빛을 발밑에 묻고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 손끝으로 털고

남는 자랑은 당신에게 돌려줄 것이다

 

바람의 수령(樹齡)을 세며 천 년 전 강둑에 흔들거린다

나의 일부는 나무를 따라가고 없다

 

늘 옳고 이기는 쪽

 

이 시간에는 이 동네가

빵집 앞에는 정류장이 가장 잘 어울려

 

저게 뭘까

도대체, 두툼해진 비둘기와 눈빛이 없는 부피들

 

길 건너에 등 뒤에 양복점에 멈춘 버스에

그는 아주 잘 비친다

 

차로를 뛰어 건너는 남자의 주머니 속 왼손은

손가락이 여섯 개인지

칼을 쥐었는지

 

내려다보는 습관으로 새들은 오해가 많다

다가오는 것을 흠칫 확인하는 사람들

 

아침으로 먹은 몇 숟갈 밥알이 소화되는 동안

달리는 것들이 홀쭉해지는 순간

 

버스가 한 여자를 내려놓는다 간단히

아주 간신히

 

―『지상의 하루, 문예중앙(중앙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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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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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또라 | 작성시간 12.07.23 오호라!!^^ 우리 훌륭한 후배의 작품이 드뎌 올라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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