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난쟁이
당신, 부지런한 난쟁이
양편에서 쏘아진 화살처럼 바쁘게 오가는
당신 왼편에 하이마트 미아점이 있고
오른편 노인들은 한 개비의 담배를
두 번으로 나눠 피우고
당신은 한 번의 빗질로 한 가지 생각을
한 가지 생각으로 한 번의 가을을 다 쓸어 담네
그러고는 총총 건널목을 건너지
당신은 오만한 친구
넘어진 주인을 일으키지 않는 일꾼
당신, 부지런한 난쟁이
양팔을 늘여 은행나무와 버스들을 한데 묶고
모자 속에서 흰 비둘기를 꺼내어 날리지
당신은 삽화 속의 인력거꾼
한 이야기를 다음 이야기로 실어 나르네
내 이마의 청동거울
나무에서 왔으므로 나는 아름답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침묵하라는 충고들이 말꼬리를 잘랐다
가장 굵게 잔뼈가 자란 거리의 이름을
수십 번 부정하고
가르마를 바꾸고 오른손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도 닮고 싶지 않았다
발밑이 땅이 아니라는 느낌
어떤 연륜도 뿌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
풀밭에서 듣는 울음소리
원시의 발자국과 무인도의 유칼립투스, 사그락거리는 태고의 모래 해변
내 기억이 아니라는 것
당신은 내 이마 위에
당신의 살이었던 서랍과 빈 상자들 속에
녹청색 어금니와 불안하게 회오리치는 잎맥을 넣어두었다
그렇게 나는 플라타너스를 좋아하고
자주 하늘을 보았다는 것
어깨에 떨어진 빛을 발밑에 묻고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 손끝으로 털고
남는 자랑은 당신에게 돌려줄 것이다
바람의 수령(樹齡)을 세며 천 년 전 강둑에 흔들거린다
나의 일부는 나무를 따라가고 없다
늘 옳고 이기는 쪽
이 시간에는 이 동네가
빵집 앞에는 정류장이 가장 잘 어울려
저게 뭘까
도대체, 두툼해진 비둘기와 눈빛이 없는 부피들
길 건너에 등 뒤에 양복점에 멈춘 버스에
그는 아주 잘 비친다
차로를 뛰어 건너는 남자의 주머니 속 왼손은
손가락이 여섯 개인지
칼을 쥐었는지
내려다보는 습관으로 새들은 오해가 많다
다가오는 것을 흠칫 확인하는 사람들
아침으로 먹은 몇 숟갈 밥알이 소화되는 동안
달리는 것들이 홀쭉해지는 순간
버스가 한 여자를 내려놓는다 간단히
아주 간신히
―『지상의 하루』, 문예중앙(중앙북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