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기억 / 이길옥
날이 서면 재미가 덜하다.
이가 빠지고
무뎌야
자르는 맛이 난다.
단번에 잘리면 흥미가 준다.
살점이 찢기고
피가 튕겨야 짜릿한 전율이 솟는다.
역사에서 빠진
그래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칼춤들도
사화士禍를 본뜬 난장이다.
여의도
거기에
오래전 기억들이
잇몸에 피가 배도록
뽀드득
이를 갈며
날이 선 독설을 휘두른다.
영역의 둘레에
칼의 울타리를 친다.
—시집 『허공은 넉넉하다』 2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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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길옥 시인
1949년 전남 진도 출생. 필명 돌샘. 광주교육대학(국어교육). 교직 40년 퇴직.
1974년 <통일생활> 신춘문예 시부 당선. 1975년 <교육자료> 시 3회 추천 완료
시집『웃음의 뒤쪽』『사람 읽기』『시가 살기 좋은 곳』『바보들의 저녁 식사』『허공은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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