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 강지이
심각한 일을 말해도
사람들이 웃었다
아무래도 이상하잖아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이상한 일들이 매번
일어나는 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네 인생은 시트콤과 같구나
울적한 얼굴도 예쁘구나
하면서 웃었다
사람들 말이 너무 많아요
하루 정도는 세상의 모든 인간이
입을 열지 못하면 좋겠어요
입을 여는 대신
주변에 있는 문을
열고 닫았으면
문을 열고 닫는 것에
지친 사람들이
그대로 안에 들어가
영영 나오지 않는다면
그러면 나는 그 문을 꼭 잡그고
나와서 산과 들을
쏘다니야지
- 시집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창비, 2021)
-----------------------------
* 강지이(姜智伊) 시인
1993년 대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졸업.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 수상
시집『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