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 같은 사랑 / 이수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일까?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이 없어서, 단지 보는 것만으로 나이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정말 작은 아이가 내 앞에 우뚝 서 있다. 아이가 입은 형광 조끼에는 교회의 이름이 쓰여 있고 나는 이 교회를 안다. 재앙을 두려워하던 사람들. 어떤 이들의 사랑이 세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믿던 사람들. 내가 가진 선한 의지로 세계를 지켜달라고 부탁하던 사람들. 아이가 내게 전단지를 건넨다. 밤하늘의 배경 위로 새하얗게 적힌 글자를 본다. 천사와 악마 중 당신은 누구를 믿으시겠습니까? 나는 믿는다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 모든 걸 믿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예수와 부처를 천국과 지옥과 저승과 윤회를 평평한 아이의 얼굴을 본다. 바람에 전단지가 흔들리자 아이가 손에 힘을 준다. 전단지의 모서리가 조금 구겨진다. 그걸 보면서 난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두 손으로 조심히 전단지를 받는다. 물 위로 흐르는 기름처럼 멀어지는 아이의 뒷모습. 나는 전단지에 붙어 있는 막대사탕을 매만진다. 이건 딸기 맛일 것이다. 아주 상큼하고 달콤할 것이다. 잠시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줄 것이다. 천천히 녹여 먹다 보면 입천장이 까지겠지만, 그 정도는 아무도 고통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달콤함도 고통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처음으로 신의 뜻에 대해 생각한다. ㅡ 웹진 《같이 가는 기분》 2025년 겨울호 --------------------------------- * 이수빈 시인 2004년 서울 출생.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재학. 202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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