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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작성자군불|작성시간25.12.27|조회수78 목록 댓글 0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위즈덤하우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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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육 시인
1963년 울산 출생, 경남대 국어교육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 
2000년 《시와생명》등단
시집『다시 부르는 제망매가』잘가라, 여우』등 
서울 양천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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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처음 읽은 것은 시집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이 시를 어느 드라마에서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도깨비>.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만큼 재미있는 드라마를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라고요. 제가 탤런트 ‘공유’를 닮지는 않았어도, 공유만큼 김인육 시인의 시 「사랑의 물리학」을 멋지게 읽을 자신은 있습니다.

시집을 기획하는 방식도 다양합니다. 요즘은 오늘 소개한 시집처럼 ‘필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시집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필사를 목적으로 하는 시는 나름의 특징이 있습니다. 짧고 쉬워야 합니다. 가능한 직관적인 시가 좋습니다. 시가 길고 내용이 어려우면, 필사를 하는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필사를 위해서는 시를 (1) 눈으로 보고 (2) 마음속으로 읽으며 (3) 손으로 적어야 하는데 시의 문장이 너무 길거나 내용이 어려우면, (1) -> (2) -> (3)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허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필사시집을 만드는 것을 김용택 시인도 잘하시지만, 나태주 시인도 못지않습니다. 생각해보면 필사시집을 가장 많이 낸 시인 중 한 명이 나태주 시인입니다. 가장 많이 팔린 필사시집이 나태주 시인의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북로그컴퍼니)인 것만 봐도 그러합니다. 최근 나태주 시인보다 더 많이 팔린 필사시집이 있는데요, 재미있게도 나태주 시인의 딸인 나민애 교수가 엮은 필사시집입니다. 다만, 이 필사시집은 나태주 시인님이 엮은 필사시집보다는 조금 더 길고 어렵습니다. 그래도 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개인이 필사시집을 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까닭은 시의 ‘저작권’ 때문입니다. 물론 이 말도 개인이 자비출판과 같은 방식으로 시집을 내기 어렵다는 의미이지, 출판사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큰 어려움은 아닙니다. 필사시집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절차는 시인이나 출판사의 허락과 소액의 저작권료입니다. 책을 만드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시집에 수록된 작가나 출판사에 일일이 연락해 허락을 구하는 것이 번거로운 일입니다.

이런 궁금증도 있으실 것입니다. 제가 블로그에 재수록하는 시는 어떠한 절차를 통해 재수록하는 것인가라고요. 말씀드리면, 저는 시인이나 출판사에 허락을 구하지는 않습니다. 블로그와 같은 매체에 재수록하는 경우 인정되는 범위가 있습니다. 그것은 원고의 일정 부분 이상(시는 최대 시집당 3편 이내)을 인용해서는 안 되며,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어야만 합니다. 특히나 발췌나 인용이 시집을 사서 읽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것은 잠재적으로 (특히나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될 수도 있습니다. 꼭 고발 때문은 아니더라도, 블로그에 옮겨적을 때 ‘인용’ 표시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시집을 사서 읽을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김인육 시인의 시 「사랑의 물리학」은 멋진 시라고 생각합니다. 중력의 법칙과 사랑의 법칙을 재미있으며 흥미롭게 연결해 썼습니다. 저는 이 시의 첫 문장이 참 좋습니다. 화자는 이렇게 말하죠.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라고요. 왜일까요. 질량의 크기가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 까닭은 물질마다 밀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부피라면) 질량의 밀도가 높아야 중력의 힘이 강해집니다.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비례하지 않는 까닭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사랑의 밀도가 다르니까요. 화자가 ‘(그녀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라고 말한 까닭도 같을 것입니다. 그녀 안에 형성된 사랑(질량)이 그 누구의 질량보다 무거우므로 나를 잡아당기는 인력이 강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기를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첫사랑이었다’라고요. 물리 법칙을 빌려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저 한마디는 모든 중력과 사랑의 비유를 완성할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기도 합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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