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 배선옥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나의 영토는 늘 우기였다. 날마다 비가 내렸고 풀들만 자라나 영토를 넓혔다. 나는 동그란 발뒤꿈치에 반짝이는 발톱을 가졌지만 그대에게 보여준 적 없다. 나의 발은 늘 목 긴 장화 속에 들어있어 때때로 맨발일 때도 진흙에 묻혀 있었다. 그대는 나의 발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으므로 저녁이면 우물가에서 발을 닦으며 오래도록 네모난 발톱을 혼자 들여다보았다. 어느 날엔 밀입국자처럼 그대의 마음으로 스며들어본 적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때를 기다리며 오래도록 학습했던 지명은 이미 사라져 새로 생겨난 사거리에서 돌아갈 길 너무 까마득해 눈물지었지만 기왕에 그대는 그런 곳이려니 미워하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다만, 사랑이니 하는 말은 붙이지 않기로 했다. ㅡ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 (2026, 6월호) ---------------------------------- * 배선옥 시인 1964년 인천 출생. 1997년 월간《시문학》등단. 시집『회떠주는 여자』『오래전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다』『오렌지 모텔』 인천문학상 수상. ******************************************************* 나를 사랑하는 동안이라고 읽는다. 해가 쨍쨍한 날은 많지 않았다. 우기가 길어질수록 내 자리는 좁아졌다. 나의 진실은 종종 상상 속에 몸을 숨긴다. 인대가 늘어난 발목은 절뚝거리는 날이 많았다. 나는 궁금하지 않은 척 혼자, 고독에 오래 매혹되었다. 수없이 밀입국한 심연은 눈물처럼 출렁거렸고 나는 또 길을 잃는다. 나의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철학을 하기엔 나는 너무 상냥해. 모르면 모르는 대로 최선을 다해 침묵하기로 한다. 시계는 거꾸로 갈 망정, 멈추지 않는다. 나는 내 마음의 어두운 커튼을 흰 망사 커튼으로 바꾼다. 오늘이 끝나고 난 뒤에도 사랑을 곁에 남겨두고 싶다. - 이우디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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