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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무동력 엔진이 달린 내리막길 / 김인숙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05|조회수22 목록 댓글 0

 

 

무동력 엔진이 달린 내리막길 / 김인숙

 

계곡에 접어들어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다

 

시속時速이 아니라

유속流速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달리는 일이란 물이 그 본류本流다

아마 최초의 길도 물에서 배웠을 것이다

 

샛강부터 도랑물까지 물길이 속도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관계라는 속도가 있다

 

수직으로 서 있는 나무들 속에도

아주 느린 유속이 흐르는 물관부가 있다

 

사람의 손목에도 서로 다른 혈액형들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른 것은

어떤 속도도 따라잡을 수 없는

무동력 엔진이 달린 내리막길

그곳에서는 봉지에서 쏟아진 사과처럼

아이들의 공이 세상을 앞질러 간다

 

속도가 가장 뒤늦고 가장 빠른 도로에는

지구가 도는 동그란 원이 있다

 

그때의 속도가 내리막길이다

 

 

 —시집 『무동력 엔진이 달린 내리막길』 (시산맥, 20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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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숙 시인

강원 강릉 출생, ​성신여대와 同 대학원 일문학과 석사.

2012년 월간《현대시학》시 등단. 2017년 월간《시와세계》평론 등단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무동력 엔진이 달린 내리막길』등. 

논문집『野ざらし紀行についての一考察』등.

제6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작품상, 제7회 열린시학상, 2021년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

관동대 일문학과 겸임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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