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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눈사람 / 피재현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06|조회수50 목록 댓글 0

 





눈사람 / 피재현

밤새 내린 눈으로 사람을 만들었다
눈과 사람 사이에 오간 찰나의 생명

잠깐 살다 가는 것은
사람이나 눈사람이나 마찬가지
눈 코 입 달아 놓고
그새 흰 등을 쓸어 본다

밤새 녹아 없어진 사람들이 많았다


- 시집『불투명 인간』(걷는사람, 20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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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재현 시인
1967년 경북 안동 출생
1999년 계간 《사람의 문학》등단
시집『우는 시간』『원더우먼 윤채선』『불투명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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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제 ‘울라프’입니다. 그만큼 미디어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이겠지요.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눈이오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눈사람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서, 항상 친구나 형제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눈을 굴리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긴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겨울 왕국>의 노래에 언니!/ 같이 눈사람 만들래?/ 제발 좀 나와봐/ 언니를 만날 수 없어/ 같이 놀자/ 나 혼자 심심해’라는 가사가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피재현 시인이 이 시를 쓰면서 영화 <겨울왕국>을 생각한 것은 아닐것입니다. 제가 이 시를 읽으며 영화 <겨울 왕국>을 생각한 것일 뿐이고요.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그 생각은 시인에게서 독자로 이어지면서 확장됩니다. 시인이 시를 쓰면서 생각했던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에서 화자는 말합니다. 잠깐 살다 가는 것은/ 사람이나 눈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요. 사실입니다. 지구의 시간 또는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인류가 지구에 살다가 사라지는 시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잠깐 지구에 웅크리다가 사라지는 것 뿐이지요. ‘찰나의 생명’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눈사람일 뿐인데 겨울을 넘어, 차년의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여러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눈사람을 냉동창고로 옮기면 됩니다. 외기 온도를 영하에 맞춰 유지하면 됩니다. 영하로 유지되는 동안 눈사람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사람도 같은 방법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영원불멸의 꿈은 고대로부터 이어진 전통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이 ‘미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눈사람처럼 (영혼이 소거된 채) 사람의 형태로만 유지하게 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근래에 나온 영화를 살피면 몸은 없어졌으나 영혼을 데이터의 형태로 유지하기도 합니다. 영혼을 가상의 저장공간으로 옮겨 영원을 살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선 영혼과 한 사람의 데이터를 동일한 존재로 봐야한다는 명제가 있어야 합니다. 후자의 상황, 그럴 듯 하지만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과학자들에게는 몰라도 기성 종교나 철학자들에게는 부정당할 듯 합니다.

위의 명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 위해선 딱 하나의 문장만 생각해면 됩니다. 잠깐 살다 가는 것은 사람이나 눈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문장. 가장 자연스러운 삶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입니다. 죽음이 무섭고 공포스럽기는 하지만, 아무리 잘나고, 멋있고, 똑똑하고, 부와 권력을 지녔어도,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입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세기의 천재인 일론 머스크라면, 해법을 내 놓을지도.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그도, 영원한 생명을 살기 보다, 짧은 자신의 삶속에서 더 많은 일들을 이룩하기 위해 달음질 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지금보다 더 긴 삶,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산다면 혁신보다는 현실을 유지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제가 아는 한 혁신은 ‘무한’이 아닌 ‘유한’에서 출발했습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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