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미학 / 신준영 ㅡ 덧문을 없애버리면 그 덧문을 통해 흘러들던 햇살도 기억에서 사라지는 법이다* 안동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던 열차가 강릉에서 오던 열차와 하나로 연결되기 위해 서원주역에서 잠시 정차했다 다른 방향에서 오던 두 사람이 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확장을 감행하는 일 앞에서 우리는 엔진을 끄고 조용히 대기했다 미세한 진동과 충격이 지나자 둘은 자연스럽게 합체되었고 목적지를 향해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두 열차는 양방향 복합열차입니다. 연결한 뒤에 객차 사이를 오갈 수 없습니다." 객차 사이를 오갈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 오갈 수 없는 각자의 객실이 있다는 사실만이 피를 끓게 하던 여름이었다 목적지를 돌아 다시 서원주역에 닿았을 때 둘은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결별하였다 이제 열차는 지나갔고 그와 함께 쉼없이 활동하던 세계도 사라졌다** 한편에선 관계의 종료라 하였고 한편에선 비로소 완료된 관계라 하였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김석희 옮김, 열림원2017 ** 같은 책 - 《창작과비평》 2026년 여름호 --------------------------- * 신준영 시인 1973년 대구광역시 출생, 안동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2020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나는 불이었고 한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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