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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관계의 미학 / 신준영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06|조회수32 목록 댓글 0





관계의 미학 / 신준영

ㅡ 덧문을 없애버리면 그 덧문을 통해 흘러들던 햇살도  기억에서 사라지는 법이다*
​​
안동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던 열차가
강릉에서 오던 열차와 하나로 연결되기 위해
서원주역에서 잠시 정차했다​

다른 방향에서 오던 두 사람이 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확장을 감행하는 일 앞에서​

우리는 엔진을 끄고 조용히
대기했다​

미세한 진동과 충격이 지나자
둘은 자연스럽게 합체되었고
목적지를 향해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두 열차는 양방향 복합열차입니다. 연결한 뒤에 객차 사이를 오갈 수 없습니다."

객차 사이를 오갈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 오갈 수 없는 각자의 객실이 있다는 사실만이
피를 끓게 하던 여름이었다​

목적지를 돌아 다시 서원주역에 닿았을 때 둘은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결별하였다​

이제 열차는 지나갔고 그와 함께 쉼없이 활동하던 세계도 사라졌다**

한편에선 관계의 종료라 하였고 한편에선
비로소 완료된 관계라 하였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김석희 옮김, 열림원2017
** 같은 책

- 《창작과비평》 202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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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준영 시인
1973년 대구광역시 출생, 안동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2020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나는 불이었고 한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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