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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자두나무 / 송찬호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07|조회수38 목록 댓글 0

 

 

자두나무 / 송찬호

자두나무에게 딸이 많았다

꽃이야 열매야 하면서

자두나무 가지에 다닥다닥 붙었다

언덕 위에 서 있는 자두나무

바람에 할퀴고

언덕마저 빚더미에 넘어가도

자두나무 허리는 꼿꼿했다

사기꾼이나 모략꾼들에게는 쓸모없는 나무였다

자두나무 가지에 딸들이 환하게 피었다

회오리바람과 연애하고

소설을 읽고

테니스를 쳤다

자두나무가 암전되면 꺼졌다가 다시 피었다

결국 자두나무 딸들은 제 갈 길 갔다

피아노와 바람나고

나비 따라 청산 가고

공주가 되어 가마를 탔다

후일담으로 꽃들이 한꺼번에 붕괴되어 자두 열매 몇 개 달렸다

벌거벗고 뛰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나쳤다

얼마나 화염에 몰입했는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훗날 자두나무를 베어낸 그루터기에

귀신 한번 앉았다 갔다

문을 빼꼼히 열고 꽃들이 생을 엿보다 말았다

ㅡ계간 《시산맥》 202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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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찬호 시인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우리 시대의 문학』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분홍 나막신』등
동시집『여우와 포도』『신발 원정대』『고양이 사진관』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난 고양이로소이다』
2000년 김수영문학상, 2008년 미당문학상, 2010년 이상시문학상, 2017년 황순원시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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