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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와 4시 사이 / 권수인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08|조회수30 목록 댓글 0

 

 

3시와 4시 사이 / 권수인

 

저녁이 오기 전

느릿느릿 슬리퍼를 끌고 나온 종업원이 메뉴판을 내민다

 

손님이 뜸한 점심을 지나

3시와 4시 사이

 

그 틈에 낀 짧은 낮잠을 깨워 나는 졸음이 묻은 돈가스를 먹고

창밖 플라타너스는 모처럼 하늘이 차려준 밥상을 받는다

시든 이파리를 활짝 펼치는데

포크를 들고 돈가스를 조각조각 자르는 동안

투덜거리는 표정이 포크에 묻는다

 

천천히 씹는 맛과 허겁지겁 삼키는 맛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미지근한 돈가스를 한입 베어 먹는 동안

나무는 바람 한 점에 마른 몸을 추스르고

나이프는 체중계의 눈금을 생각하라고 눈치를 보낸다

넘침과 모자람의 사이는 얼마나 아득한가

3시와 4시 사이는 꿀맛 같은 휴식

어서 돌아가 주기를 기다리는 몸속의 잠들

주인의 안색을 살피며 늘어지는 하품을 앞치마에 감춘다

 

이 늦은 점심은 얼마나 무례한 주문인가

식당은 열려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닫혀있다

손님만이 알 수 있는

 

플라타너스는 늦은 점심이라도 달게 먹는데

3시와 4시, 식어가는 돈가스를 삼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점심인가, 저녁인가

 

 

- 시집 『마음의 방』(생각나눔,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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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수인 시인

​전북 순창 출생

2016년 <에세이포레> 등단, 2020년 <월간시> 추천 시인상

시집 『추억을 펼치다』『마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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