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공원 / 최형만 애인이 없어도 봄은 환하죠 공원을 흔드는 웃음은 즐거운 공포가 뒤섞인 울음 같아요 그래서 한 웃음이 작아질 때 반대쪽에서 지르는 비명은 더 큰 입술의 소리 올라탄 그네를 멀리 두고 봄은 미끄럼을 타기도 해요 계절은 꽃가루가 날릴 무렵이면 또 모습을 바꿀 텐데요 빈자리에 그늘이 질 때마다 해 뜨는 아침과 해 지는 저녁이 닮아갔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은 왜 공원을 떠났을까요 돌아보지 않고 날아간 새들의 기분을 왜 그때쯤 알게 되는 걸까요 공원을 버리면서 우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바닥에 해가 드는 것처럼 빛나는 봄날은 공원에서 자라나 봐요 이쪽에서 봄바람이 올라탈 때마다 저쪽에서 최선을 다해 삐걱이는 시소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 ‘공’이 붙어버린 이름엔 손때 묻은 정글짐도 열병처럼 달아오를 텐데요 그러니까 봄날의 공원은 애인도 없이 배우는 이별 같아요 - 《창작세계》 2026년 23호 ------------------------------ * 최형만 시인 1969년 경남 진해 출생.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과 졸업 2020 《동리목월》소설 등단. 2024《전북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제8회 원주생명문학상, 2020 중봉조헌문학상, 2020 동리목월 신인상(소설), 2023 천강문학상 수상 현재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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