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볕 / 유현숙 볕이 참 좋다, 내일 뭐 해? 들도 산도 붉다 올래?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 빵빵 채웠어 해거름 둑길 끝까지 달리자 산촌 가을은 짧아 산집은 쉬 어두워지고 추워 저녁엔 장작 패서 난로에 불 지펴 불멍 어때? 건너와 입석이라도 타고 새벽의 숲이 가장 숲다운 것 알지? 빨간 장화 신고 노란 꽃 더미 건너 여뀌도 고마리도 이슬 젖은 들길 걷자 좋아하는 커피 내려놓을게 꼭 와. = 시집 『내일 뭐 해』(달아실 , 2026.05) ------------------------------ * 유현숙 시인 1958년 경남 거창 출생. 2001년〈동양일보〉, 2003년 《문학. 선》등단. 시집『서해와 동침하다』『외치의 혀』『몹시』『내일 뭐 해』 ********************************************************* 시인님, 저도 가도 될까요. 볕이 참 좋은 곳, 들도 산도 붉은 곳, 시인님이 내려 주신 커피 한잔 마시며, 천천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가을 산. 가끔 새 소리 들려와 좋을 것 같습니다. 흙냄새, 나무 냄새, 그리고 커피 향기까지 참 달콤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앉아 있어도 하나도 지루할 것 같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다 꿈꾸지만, 꿈으로만 끝나는 풍경. 시인님은 이미 누리고 계시네요. 참 부럽습니다. 저에게 꿈이 있다면, 시인님이 말하는 것 같은 풍경 좋은 곳에 작은 집 지어 놓고, 여생을 보내는 것입니다.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 시인들, 독자들과 마주하며 차 한잔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꿈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꿈은 꿈일 뿐이라고. 꿈이라고 말하는 까닭,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맞을지 모릅니다. 몸도 아파지고, 세 딸을 언제까지 돌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딸들을 세상에 놔 났으니, 아비로서 책임을 져야 하겠지요. 끝까지 다 책임지지는 못하더라도 먹고 살 준비는 해 줘야 할 텐데. 이제 막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니 한 십 년은 더 달음질쳐야 할 듯합니다. 이렇게 할 일 다 끝나고 내면 60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겠죠. 건강이 허락된다면 그때라도 움직일 수 있겠지만, 제 맘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일은 대부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작은 희망 하나를 가져 봅니다. 꼭 십수 년 그렇게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몇 년이라도 아니 한 해의 겨울이라도 그렇게 보내어 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니까요. 내 마음속에 쌓인 욕심 내려놓고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저도 언젠가 시인님이 말하는 풍경 닮은 곳에서 시인님과 같은 시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볕이 참 좋다, 내일 뭐 해?// 들도 산도 붉다/ 올래?’라고. 아 이런 생각도 같이해 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를. 가도 되는지 묻는 사람은 있을지를. 아마도, 다 저 하기 나름이겠죠. 제가 베푼 것이 많고, 평소에 사람들에게 잘했다면, 많은 사람이 줄을 설 것이고, 아니라면, 아무 반응도 없겠죠. 그래서요, 잘살아 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10여 년이 지난 2036년의 가을, 제가 ‘올래?’라고 물었을 때 버스 대절해서 사람들이 찾으러 올 수 있도록. 마당에 솥을 걸고 닭도 삶고, 전도 부치고 막걸리도 마시면서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잘살아 보겠습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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