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괴롭고 즐겁고 / 손유미 개가 묶여 땅굴을 판다 제 주인도 거뜬히 묻을 만큼 판다 그러나 개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외롭고 괴롭고 즐겁고 팔십 년은 살아남은 사람의 눈동자로 세상을 보고 싶었다 이 침침함이 다가 아니란 듯이 보고 싶었어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 이 살아있다는 거추장스러움 한때 나는 갓난아기의 위장만큼 유망했다 그러나 지금은 마른 똥처럼 힘없다 개가 제 집에 땅굴을 파면 초상이 난다지 나의 조모는 그 말을 들은 후 수십 년 동안 생각했다 집안의 몇몇 식구가 죽어 나갈 때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그때 그 말을 지껄인 이웃의 입을 찢지 못한 순간을 사는 건 순식간인가 정말로? 오늘 나를 괴롭히는 것, 이 살아있다는 지루함 팔십하고도 몇 년을 더 살아남은 나의 조모는 이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나 저 딱딱한 눈알맹이를 가지고 밟히지 않은 땅처럼 부드럽게 굴어야 했는데…… 사는 건 외로운가 즐거운가 괴로운가 정말 그러한가 ㅡ 계간 《포지션》2026년 봄호 ------------------------------------- * 손유미 시인 1991년 인천 출생.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4년 《창작과비평》등단. 시집『탕의 영혼들』 ********************************************************* 나는 내 몸을 파먹고 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빈 곳에 나는 아직 묻히지 않았다. 외로움, 괴로움, 즐거움이 서로의 옷을 바꿔 입은 줄도 모르고 산다.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나란 생각을 한다. 물론 가끔 세상을 원망하지만 내 눈은 내 안쪽을 파 들어간다. 아직 남은 시간을 야금야금 먹는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나는 내가 못내 섭섭하다. 사는 건 내 몸에 나를 묻는 것. 그러나 나는 설명되지 않는다. 외로움을 듣는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을 사랑해 보는 건 어때? 다정은 기꺼이 몸을 빌려줄 거란 상상 하나로 조금 즐거워진다. ㅡ LOVE MYSELF 텅 빈 몸에 붕대를 감는 아침. 창밖 즐거운 풍경에 생수병을 건넨다. - 이우디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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