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살핌 / 오은
창문을 연다
창문을 열고
맞은편 창문을 본다
굳게 닫힌 문과 창문들
외부의 흔적을 한참 거부한 몸짓들
안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 대신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
시원스레 뻗지 못하는 발걸음
목덜미에 흥건한 땀
고여 있는 그림자
32℃ 59%
온도와 습도가 말해주지 않는 것
뙤약볕 아래에서도
몸을 움츠리는 사람
낮은 습도에서도
온몸이 젖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이
지나지도 가지도 못할 때
열린 창문으로 비바람이 들이친다
빗방울이 두드려도
바람이 흔들어도
묵묵부답인 문과 창문들
지나가는 사람은 아직 벗어나는 중이다
창문을 닫는다
내 차례다
ㅡ 《웹진 님Nim》 202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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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은 시인
1982년 전북 정읍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
2002년 《현대시》등단.
시집『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유에서 유』『왼손은 마음이 아파』『나는 이름이 있었다』『없음의 대명사』등
청소년 시집『마음의 일』
산문집『너랑 나랑 노랑』『다독임』『초록을 입고』『뭐 어때』『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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