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 임유영 세찬 비가 내린다. 두 사람이 작은 우산을 함께 쓰고 걸어간다. 얼마 못 간다. 한 사람을 세워놓고 한 사람이 택시를 잡는다. 빈차가 없다. 두 사람이 빌딩 아래서 비를 피한다. 여기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서로를 부르는 말투가 예쁘다. 라이터가 젖어 불이 잘 붙지 않는다.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그만둔다. 둘은 작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속삭이고 웃기도 한다. 이 근처의 좋은 술집을 알려주고 싶다. 그러다 술 생각이 나서 혼자 그 술집에 간다. 젖은 담배가 파지직파지직 소리 내며 탄다. 밤거리에 세찬 비가 내린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을 뒤따라간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을 달고서 간다. - 《창작과비평》 2026년 여름호 ----------------------------------- * 임유영 시인 1986년 경남 진주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졸업. 2020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오믈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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