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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봉가 빵집 / 안은숙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12|조회수30 목록 댓글 0

 

 

부르봉가 빵집 / 안은숙

 

나는 오늘도 하얀 모자를 쓰고 빵 굽기를 하죠

구수하게 익어가는 하루에

콧노래를 불러요

 

지루한 오후가 될 수 없어요

나는 빵을 굽고 있죠

 

빵 굽기는 나의 유일하고도 감칠맛 나는 취미

 

오븐이 입을 여는 순간

갑자기 폭음이 뛰어들었어요

 

반죽 묻은 손은 그만 빵틀을 떨어뜨렸죠

비명이 목울대에 갇히는 순간

기억도 정지되었죠

 

뿌연 먼지가 입구를 막았어요

신이 베수비오산 하나를 반죽하는 동안

붉은 기운이 아이들을 덮쳤고

그 위로 비명이 굳어갔죠

 

그때 입을 벌린 오븐도 영영 입을 다물지는 못했어요

 

묻힌 것은 언젠가는 드러나요

 

석고액을 부어요

코와 입술, 이마와 광대뼈, 움푹 파인 두 눈이 서서히 보일 거예요

놀란 얼굴 뒤에는 빵을 굽던 흥얼거리는 표정, 콧노래도 있을 거예요

 

지금도 하품 중인 오븐,

 

밀가루 날리듯

나는 부르봉가로 날아가고 싶어

 

지금 폼페이의 거리에 누군가 빵을 굽고 있을까요.

 

 

-계간『유심』 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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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은숙 시인
1965년 서울 출생, 건국대 대학원 교육학 석사 졸업
2015년 『실천문학』시 등단,  201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
시집 「지나간 월요일쯤의 날씨입니다」「정오에게 레이스 달아주기」
2021년 시산맥시문학상, 2022년〈동주문학상〉수상
현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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