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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영원 / 김륭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13|조회수30 목록 댓글 0

 





영원 / 김륭

사랑에 부딪혀 주저앉아 본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람보다 먼저 태어난 눈사람이 있습니다.


- 시집『전업 눈사람』 (시인의 일요일 , 20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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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륭 시인(본명 김영건)
1961년 경남 진주 출생. 조선대 중국어과 졸업
2007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 시, 《강원일보》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원숭이의 원숭이』『나의 머랭 선생님』『전업 눈사람』
동시집『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엄마의 법칙』『내 마음을 구경함』『햇볕 11페이지』등
청소년시집 『사랑이 으르렁』.
동시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마세요』.
2013년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2014년 지리산문학상, 2020년 동주문학상, 2024년 선경문학상 수상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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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짧은 시입니다. 짧은 시에는 긴 시보다 더 깊은 상징이 담깁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징이란 시인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시는 독자에게 읽히는 순간 시인의 것이 아닌 독자의 전유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를 읽을 때, 다양한 해석이나 감상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시인이 어느 자리에서 독자에게 시에 대한 감상을 말했다면, 그것은 해석이 아닌, 여러 감상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저는 시시때때로 이와 같은 의미를 강조합니다. 타자의 해설이나 해석에 기대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어보라고 조언합니다. 2~30년 이상 짧지 않은 생을 살아온 여러분들은 분명, 시의 서사,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니다. 어쩌면 너무 오래 써와서 기계적이고 틀에 밖힌 산문을 쓰는 저보다, 여러분들이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산문을 쓰실수도 있습니다.

오래 글을 써온 사람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보다 빨리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주제이든 기본은 합니다. 가끔 괜찮은 글을 쓰기도 합니다. 문제는 항상이 아니라, 가끔이라는 점입니다. 이점은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글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글로 먹고 사는 사람에게 분명한 장점입니다. 그런데요 문제는, 자신의 글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글 쓰는 재미를 잃어버린 것이 한 몫을 합니다. 재미가 아니라 일처럼 느껴질 때, 그 글쓰는 이의 심장은 차가워집니다.

나태함과는 아무 상관은 없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실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글은 엉덩이가 만드는 것이라고. 물론 소설에 가장 알맞게 적용되는 문구이기는 하지만, 시나 산문, 평론도 쓰는 시간의 절대량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엉덩이로 버티며 써 내려간 글은 차분하고 단단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우직한 성실함은 글을 쓰는 이의 영혼을 먼저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기계적으로 글을 찍어내다 보면, 시에서처럼 (영혼의) 온기를 잃고 꽁꽁 얼어붙은 눈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작가가 글을 쓰는 재미를 잃고 의무감만 남았을 때, 저 글은 그저 차가운 얼음 덩어리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사랑에 부딪혀 주저앉아 본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마음이 있습니다라고요.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글쓰기라는 열정에 부딪혀 길을 잃고 주저앉아 본 사람, 내 뜻대로 써지지 않는 문장 앞에서 절망해 본 사람만이 비로소 글 속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쓰는 이 앞에 놓인 백지는 어쩌면 차가운 눈밭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위를 채울 잉크는 삶을 뜨겁게 녹여내어 짜낸 시간입니다. 그다소 글쓰기가 서툴고 투박할 수 있어도 삶이 녹아든 글에는 기계적으로 찍어낸 글에는 발견할 수 없는 따뜻한 온기가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글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오타도 있고, 서툰 문장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쓸 수 있는 까닭, 삶을 제 글을 통해 표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글을 통해 여러분과 만나며, 같이 호흡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공간에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사랑은… 우리를 영원하게 하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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