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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동짓달 스무하루 / 오정국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14|조회수29 목록 댓글 0

 

 

동짓달 스무하루 / 오정국

탱자나무 울타리를 둘러쳐야만

위리안치가 되는 건 아니렷다

쇠의 불기운이 빠져 추위에 떠는 문장을

입으로 삼켰다

새벽녘 머리맡의 활판인쇄본

얼음장 같은 종이에

개울 바닥 물고기가 얼비치는데

벽에 비친 그림자가

꿈속의 검은 산이

나를 에워쌌다 식탁엔 물그릇이 얼룩져 있고

앞마당의 장미 울타리

꽃을 버리고 잎을 떨구고

비로소 홀가분한 가시로 빛났다

땅에서 솟아난 서릿발 같은 글자들

허공의 뼈처럼 투명한 문장들

곱은 손으론 펼쳐들 수 없었으니

부엌 아궁이에 손가락 파묻고

재의 문장을 더듬으면

그때서야 두 눈이 환해지고

목구멍 틔워지던

동짓달 스무하루, 난생처음 목청 떨었던

그 하룻밤을 나는 너무 멀리 건너왔다

ㅡ계간 《문학청춘》 202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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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국 시인
1956년 경북 영양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및 박사
1988년 《현대문학》등단.
시집『내가 밀어낸 물결』『멀리서 오는 것들』『파묻힌 얼굴』『눈먼 자의 동쪽』『재의 얼굴로 지나가다』등
시론집『현대시 창작시론: 보들레르에서 네루다까지』『야생의 시학』등.
2012년 지훈문학상 및 이형기문학상, 경북예술상 특별상 수상
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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