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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미소까진 못 되더라도 / 조성래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18|조회수40 목록 댓글 0

 





미소까진 못 되더라도 / 조성래

따뜻한 실내로 들어서면
신발 밑창에까지 하늘에서 온
눈이 붙어 있다

성래, 조금 더 사람 살 만한
방을 알아봐야지 않겠나?
천천히 값아도 되니까

덕우가 빌려준 이백은
화곡동 고시텔에서
여전히 모뎀으로 반짝거리고

덕수 형이 빌려준 이백은 아직
내 백석동 주인집 통장에
흰 벽돌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아, 그 치열

영하零下처럼 붉게
아래로 떨어지려는 마음이 있어도
이-
웃어 보이려는 그 치열


- 시집 『햇빛 반사 유희』(현대문학 , 20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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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래 시인
1992년 경남 마산 출생, 순천대 문예창작과 중퇴
2022년『문학사상』등단
시집『천국어 사전』『햇빛 반사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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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래 시인의 시를 읽으며, 예전에 내가 살았었던 허름한 자취방을 떠오릅니다. 월세가 아니라 전세였습니다. 천만 원짜리. 학교 근처에는 저렴한 자취방이 없어 찾다 찾다 헤매다 찾은 자취방입니다. 이 자취방 안에는 화장실도 없었습니다. 화장실을 가려면, 부엌문을 열고 10m 정도를 더 나아가야 합니다. 화장실 가까이 다가가면, 스멀스멀 재래식 화장실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네 맞습니다. 재래식 화장실. 화장실이기보다 변소에 더 가까운 공간이었습니다.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불만은 없었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처음 독립해 마련한 내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공간이라는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저 편안함을 지금 제 큰아이가 만끽하고 있습니다. 집에 오라고 오라고 해도, 잘 오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부모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를 보러 오는 것 같습니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마음을 가지니, 그렇게 서운하지 않습니다.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큰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서 살던 공간은 고시원이었습니다. 방 안에 샤워실이 있었고 작은 창문도 있어서 처음에 볼 때는 괜찮아 보였는데, 몇 번을 오가다 보니, 답답할 정도로 좁아 보였습니다. 고시원에서 일 년을 살게 하다가, 둘째가 함께 살 수 있도록, 투룸으로 옮겨주었습니다. 그런데요, 여기도 몇 번 오가다 보니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3층짜리 구축건물에 2층 집이었는데 오래된 집에서 나는, 눅눅한 냄새가 났습니다. 곰팡이도 잘 피었고요. 그 집에서 2년을 살았는데, 아이들한테 좋지 않을 것 같아, 계약 종료 후 다른 집을 알아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얻은 집이 지금 사는 집입니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방 하나에 작은 거실이 있는 신축 오피스텔인데요, 바람도 잘 통하고 전망도 멋지고, 이렇듯 집 환경은 마음에 들지만, 문제는 비용입니다. 많이 비쌉니다.

큰아이 집을 계속 옮긴 까닭,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형편이 되는 한도 내에서, 괜찮은 집으로 옮겨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에서 말하는 화자의 친구나 덕수 형의 마음도 같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있으니 ‘조금 더 사람 살만한 알아봐야지 않겠나? 천천히 값아도 되니까’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 이사할 집이 신축 오피스텔이라는 것을 안 큰딸이 흰 치열로 웃으며 저에게 보낸 문자가 이것입니다 “아빠, 친구들 불러서 집들이해도 되지?”라고요. 어떤 집도 괜찮다고 말했던 큰딸도 사실은 좋았던 것입니다. 항상 이렇게 좋은 일만, 기쁜 일만 계속되어야 할 텐데요. 삶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도… (환한) 미소까진 못 되더라도, 괜찮아 보이는 살만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조성래 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성래 시인님. 생활이 편안해 지기를 기원합니다. 이번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도 잘 돼야 하고요, 내년쯤에 출간될 세 번째 시집도,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으며, 많이 읽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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