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찐빵에 대하여 / 송찬호
설레는 마음으로 늦은 저녁 당신과 마주앉았지요
진열장 유리 밖에서 처음 춤추는 당신을 보았을 때
둥글게 부풀어오르는 당신의 춤은 참 보기 아름다웠습니다
설탕처럼 반짝이는 불빛 아래 둘러선 사람들은 듬뿍 동전을 던졌구요
난 그런 당신을 사모했습니다 내 발걸음은 늘 당신의
거리를 향했습니다만, 내겐 눈길도 주지 않고 포근한 그릇에
파묻혀 당신은 늘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어요
짐작건대 거리 맞은편 진열장 속 그 행복이란 보석을
생각하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오늘 가까이서 당신을 보니
퉁퉁 부어오른 당신의 발, 부어오른 당신의 얼굴, 오오 당신은 부푼 것이 아니라
부르튼 거군요 춤을 추다 지쳐 그대로 주저앉아 빵이 된 거군요
ㅡ 시집『붉은 눈, 동백』(문학과지성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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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찬호 시인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우리 시대의 문학』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분홍 나막신』등
동시집『여우와 포도』『신발 원정대』『고양이 사진관』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난 고양이로소이다』
2000년 김수영문학상, 2008년 미당문학상, 2010년 이상시문학상, 2017년 황순원시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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