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 / 남현지 햇생강이 나오면 집에서 말린 생강이 가득 도착한다 가진 생강이 줄어들지 않는다 뜨거운 차를 질릴 때까지 마셔도 생강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너희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멸망이 가까워지는 거다 당신이 잠시 지연시킨 멸망의 얼굴로 앉아 서로 망친 것을 이야기하며 식탁에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늘어놓는다 먼지처럼 일어나는 가루들 검은 봉지에 넣고 잊어버린 것들 꿀은 영원할 줄 알았는데 기한이 몇 년 지났다고 적혀 있고 여전히 달다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아흔 살에도 백 살에도 자신을 미워한다면 슬플 것 같지만 드라마를 보고 밥을 입에 넣으면서 깜빡했다는 듯이 미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랍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작년 재작년의 말린 생강을 다시 집어넣는다 —계간 《창작과비평》 2026년 여름호 ----------------------- * 남현지 시인 1977년 출생. 동국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2021년《창작과비평》등단. 시집『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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