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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명랑 / 이규리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20|조회수32 목록 댓글 0

 

 

 

명랑 / 이규리

 

취한 사람들은 한쪽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 저녁에 취기들이 모여 모처럼 명랑했다

 

조금 후에 제가 저를 부인해도

그 명랑을 사고 싶어

시대는 자유한가 우울은 가고 있는가

 

일행이 조금씩 더 기울어지고 있을 때

 

자신을 남쪽에 산다고 소개한 사람이 일어나

내 슬픔을 사겠다고 했다

 

내 것이랄 수도 아니랄 수도 없는 이 헛헛한 소유를,

그러자 다음 사람은 내 유언을 받겠다고 했다

 

불빛이 조금 더 취하였다

더운 공기 웃음소리 있음과 없음 너머

 

다른 걸 받겠다는 건 자신을 잃어도 좋다는 고백일 텐데

 

나도 모르게

나의 것엔 불운이 깃들어 있다고 말해버렸어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지

 

내일 아침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면

사람아, 내가 그 명랑을 살게

 

안개 자옥한

밤이, 현실의 밤이 있었다

 

시집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연인이 필요했을까』 (문학동네, 20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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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리 시인
1955년 경북 문경 출생,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94년 『현대시학』등단
시집『뒷모습』『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당신은 첫눈입니까』『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연인이 필요했을까』등
산문집『시의 인기척』『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사랑의 다른 이름』
2015년 질마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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