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미션 / 박마리아
나를 두고 온 자리에
나를 두고 다시 왔다
아직도 거기 있어요
폭탄이 떨어져 수백 명의 목숨을 잃었다는
이웃나라의 전쟁 뉴스도 일상처럼
다음 날이면 새로운 광고가 도착했다
쉬지 않고 새벽 배송이 도착했다
용산에서 발이 묶여
어느 출구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좁은 인파만 이상해
어깨와 어깨 사잇길이 점점 가늘어지고
전화벨이 울린다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났다
수군거리는 신발들의 뒤축은 사라지고
백미러로 보이는 긴 뒷모습 따라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클락슨
전광판엔 악필처럼
이국적 얼굴들이 속수무책으로 쌓이고
흘러가지도 다가오지도 않을 멀리서 바라본 이곳
모였다 흩어지는 것들의 결곡한 결속
멀미가 난다
오늘 일기가 멈춘 얼굴이 지나간다
한남동으로 가는 길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다
벌써 몇 번째
신호등이 바뀌어
새로운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에 담는다
고립된 차 안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은
강이 되는 쪽으로 사라져 간다
- <시의 시간들> 202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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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마리아 시인
1968년 강원 영월 출생, 한국외대 대학원 국제금융 MBA 졸업
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우수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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