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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시원시원한 여자 / 김 현

작성자박용찬|작성시간19.10.22|조회수48 목록 댓글 0


늘씬한 각선미가 매력적인 핫팬츠



시원시원한 여자 / 김 현

 

흙 필요하신 분

묻기 전에

관 짜는 여자

그런 여자가 끌고 다니는 관짝

속에

한 여자

징글징글한 여자

오라질 년 서방 잡아먹을 년

너구리에 밥을 말아놓고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총각김치만 베어먹는

신박한 고부갈등이네

저 개새끼 연속극 비 오는 밤

지압봉으로 허벅지를 꾹꾹 눌러

푸는 여자

풀어줄 땐 풀어주고

당신이 진국이야

당신만이 진땡이야

들어놓고 못 들은 척

진 빼는 여자

러브 핸들이 부르르

부르르 살 떨리는 여자

쾌녀다 쾌녀야

페디큐어도 모르는 여자

일밖에 모르고

소주는 참이슬 빨갱이

소싯적 운동깨나 해서

사상의 어깨가 떡 벌어진

넌 좀 벌려라 이년아

씹새야 쥐좆 치워라

주사파 앞에서도 주사를 압도하는 여자

꽹과리를 치고 슬플 땐 힙합을 추는

자식복 서방복은 없어도

없어도 그만

내 인생은 나의 것

불렀다 하면

민해경 언니 뺨치는 여자

쫌 사는 여자

읍에서 좀 알아주는 여자

배드걸이라고 적힌

아메리칸 캐주얼 트레이닝복을 입고

골든 레트리버를 끌고 산책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벤티지

시럽을 들이붓고

자수성가한 여자

조국 통일의 폭주 기관차 여성 통선대장

촛불 혁명의 주도자

남자는 성가셔도 내 몸은 사랑해서

360도 돌기 찍어 누르기 쾌속 질주 기능이 있는

많이 러버

밤이면 밤마다 글월문을 열고

거기 여자의 일생을

생각했네

가부좌를 틀고

생 로랑을 들고

자본주의 해시태그를 달고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핵인싸

쟁반짜장을 시키면 짜장보다 쟁반에 관심이 먼저 가는

쨍한 여자

정이 많아

베갯잇 마를 날 없는 심사

오장육부에 기운이 좋아

혈색이 맑고

목청이 큰

짧은 머리에 멘솔

비비드한 여자

오늘 낮에 대로에서 제대로 처맞아 죽은

여자

배운 년이 돈 좀 있다고

이 동네에선 유명했어요

쓸 땐 쓰고 놀 땐 놀고

겨털은 안 깎았잖아 무성했어 그게

대단했지

더울 땐 노브라

대장부였지

난 년이었어

여기서 진돗개를 훔쳐간 개새끼는 평생 개새끼다

글씨 좀 뻣뻣하게 쓰는 여자

부자영양탕 끼고 돌아서 첫번째 골목 은색 대문 집

관 문을 닫으면 고분고분하고

관짝 열면

뜨끈뜨끈해서 얼음을 씹어 먹고

속사포 같은

밤이면 밤마다 푸닥거리를 놓는

외로운 여자가

기도하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흙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 계간 문학동네2019년 가을호

-----------


* 김현 시인

1980년 강원도 철원 출생.

2009작가세계신인상으로 시 등단.

시집 글로리 홀』 『입술을 열면,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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