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동백 주제에 의한 변주곡 / 신원기
해 진 바다 위
한 점 구름은 서서히 창백해지고
먼바다를 등지고 돌아오는 어선이 검어질 때
유인등의 긴 꼬리는 파도 따라 흔들리네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짙게 분칠한
붉은 입술의 늙은 주모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꿈속처럼 웃으며 서 있네
미역 소라 멍게 꼴뚜기
접시 가득 담긴 물큰한 바다 것들
할멈 고향은 어디요?
충청도에서 이 멀리 전라남도까지 왔지라
그이 따라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그런 그이가
가마득한 옛날에
동백이 붉게 피어 자지러지는 새벽에
배 타고 나간 후 소식이 없지라
어느 바다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 뻘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았으면
그란디
지금도 이따그믄 창밖을 보며 기다리고 있구먼
불타는 황혼을 이고
저만치 저만치
웃고 나타날 것 같아스라....
-- <애지> 202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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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기 시인
서울대 공과대학 원자핵 공학과 박사 수료
2026년 <애지> 등단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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