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과 자전거 / 문저온 핸들을 덮은 포도 덩굴 풋열매가 겨우 이름을 말한다 자전거가 덩굴을 인 건지, 덩굴이 자전거를 안은 건지, 자전거가 바퀴를 버린 건지, 덩굴이 자전거를 앉힌 건지 생각하느라 둘은 가만히 있다 안장 위엔 아슬아슬 잡아채는 덩굴의 균형 그 아래 떨며 버티는 자전거의 균형 손뼉처럼 받침대를 탁, 걷어 올리고 둘은 우우우우 달린다 땅에서 바퀴가 뜯기는 소리, 덩굴이 뿌리에서 뜯어지는 소리 자전거 뿔에 얹힌 풋포도 눈알, 페달을 감아 누르는 푸른 덩굴손 바람이 둘의 허리를 휘감는다 여름 울타리 아래로 자전거가 사라진다 — 시집『머리 없는 해바라기가 서 있다』(걷는사람, 2026.04) ---------------------- * 문저온 시인(한의사) 1973년 경남 진주 출생. 2015년 《발견》등단 시집 『치병소요록』『머리 없는 해바라기가 서 있다』 합동시집 『시골시인-Q』 진주 보리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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