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카페지기작업실

물의 문장 / 오지현

작성자군불|작성시간26.06.14|조회수5 목록 댓글 0

 

물의 문장 / 오지현

 

한낮의 태양이 부끄러운 허공을 비우고

저녁 어스름이 가면처럼 깔리는 어디쯤일 거야

벌써 몇 바퀴째 돌고 있는 검푸른 호수 위로

네온사인 불빛들이 말풍선으로 눕기 시작하고 있어

어둠이 사라진 하늘에서 갈 곳을 잃은 별들이

내려와 앉은 것이라고 애써 타협하는 나를 발견하곤 해

갑남을녀의 논에 흘러들던 도란도란을 잃어버리고

어둠의 뿌리로 내려앉기 시작한 저 깊은 물의 침묵

물은 궁창이 둘로 나뉘는 순간부터

늘 아래로 흐르고 깊이로만 가늠되었지

열 길의 깊이를 끌어안고

한 길의 속성을 끌어내는 어두컴컴한 메타포

저 호수 끝 빗장 열어젖힌 수문을 지나

서늘한 몸을 던져 나락으로 떨어지는

폭포수의 비릿한 살점들도 통증을 느낄까

살눈을 이고 버석거리는 갈대 울타리 사이로

뜨거운 눈물들이 모여들어 수런대기 시작하고 있어

울음을 품어주는 괄호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만 싶어

물은,

물은 밤에도 잠들지 않고 접속문으로 흐르고 있는 중이야

- <문학청춘>  2022년 가을호

------------------------------------

* 오지현 시인

1965년 광주광역시 출생.

2017년『열린시학』등단.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