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이야기 / 김행숙 창밖을 봐. 아까부터 눈이 오고 있었어. 40일 동안 그치지 않고 내린 비 이야기처럼 눈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보다 더 많은 눈사람을 만드는 눈보라, 눈보라, 눈보라…… 할 말 많은 귀신처럼 난폭하게 우릴 쫓아오네. 보일러가 절절 끓고 있어. 땀을 흘리며 창밖을 좀 봐. 눈이 얼마큼 많이 내리면…… 이것이 무서운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될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눈을 감으며 웅얼거리다 잠이 들었네. 그 사이에 낮과 밤이 몇 번이나 얼굴빛을 싹 바꿨는지 이제 모든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됐다고, 하얗게 질린 그가 드디어 창밖을 보며 외치네. ―계간 《문학과사회》 2026년 여름호 --------------------------------- * 김행숙 시인 1970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교육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 1999년 《현대문학》등단. 시집 『사춘기』『이별의 능력』『타인의 의미』『에코의 초상』『1914년』『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현재 강남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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