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와 할머니 / 홍경나 새까맣게 말라가던 모과가 폭삭 썩었다 806호 할머니가 준 모과였다 “재주재주 씨다듬어야 하니라, 안 그라마 어푼 썩니라!” 아침 일찍 119 구급대 아저씨들이 흰 보에 감싼 할머니를 모셔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꾸벅! 내가 인사를 드릴 때마다 “이삐다, 이삐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썩은 모과만큼이나 새까맣게 옹그려 누워있더라는 할머니는 혼자 살고 계셨다고 했다 ㅡ계간 《문학청춘》(2026, 여름호) ---------------------------------- * 홍경나 시인 1961년 대구 출생 2007년《심상》등단 시집『초승밥』 *********************************************************** 독거가 완성된 세상이다. 곁에 누가 있어도 대중 속에 있어도 숨결은 혼자 익어가는 중이다. 자주 쓰다듬어 줄 누가 없어서 선뜻 공중을 버린다. 흙으로 간다. 모과처럼 할머니는 따뜻하게 썩어갈 것이다. 할머니 그림자를 쓰다듬는 상상이 더 외로운 눈빛을 한다. 또 다른 숨이 태어나는 중이다. 또 다른 별에서, - 이우디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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