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클리닉에서 며칠 동안 / 이승하
아파서 아프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 뼛골이 쑤시기에
아침부터 술을 마셨지
몽롱하게 취해 있는 하루는 좋았지
어떤 날은 마약을 했지
흥분해서 달떠 있는 몇 시간은 좋았지
나만큼 아픈 사람이 없는 줄 알았어
낮에 입은 상처로 밤에 피 흘렸어
서울 거리에 웬 놈의 통증 클리닉이 이렇게 많은 거야
마취 통증, 통증 제거, 신경관 확장술
안 아프게 해준다기에 가보았지
그때뿐이었지
내 육체의 아픔보다 뿌리 깊은
영혼의 아픔 때문에 또 신경정신과에 가야 하는가
병원을 순례하는 게 인생이 돼버렸는데
원 세상에 병원마다 이렇게 환자가 많다니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음 지옥
집이 지옥? 집 밖도 지옥?
친국은 죽어야지만 갈 수 있는가
고통이 멎으면 그 세상이 천국인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통증이라는 것
이제 그만 안 아프다고 말하고 싶다
- <상상인> 202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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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 시인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1989년 〈경향신문〉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예수•폭력』『사람 사막』『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외 다수.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외.
2016년 들소리문학상, 2019년 한국카톨릭문학상 및 편운문학상, 2020년 유심작품상 평론 부분 수상
현재 중앙대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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