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세상사는 이야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에이지즘(ageism)

작성자이생기심|작성시간26.06.11|조회수34 목록 댓글 0

[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에이지즘(ageism)  ]

에이지즘(ageism)은 늙은 사람을 더럽 고 둔하고 어리석게 느껴 혐오하는 현상이다.  노인은 무식하고, 고지식하고, 불친절하고 이기적이고, 비생산적이고, 의존적이고, 보수적이고, 슬프다는 젊은층들의 노인에 대한 선입관을 말한다

고위직 법관을 지낸 선배 한 분이 계셨다. 법정에서 재판장인 그 분의 모습을 볼때마다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었다. 부드럽고 관대하지만 그 너머에는 총명과 지혜가 넘쳐 흘렀었다

소박한 그 분은 노년이 되어서도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옷을 입고 다녔다. 어느 날, 그 분을 만났더니 웃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셨다.

 

“동네 과일 가게 앞에 가서 과일을 내려다 보고 있었어. 그랬더니 잠시 후에 가게 주인이 나보고 ‘아저씨 박스 없으니까 다음에 오세요’ 라고 하는 거야.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린가 했지.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내가 그 가게에서 버리는 박스를 얻으려고 온 불쌍한 노인으로 생각했던 거야. 늙으면 그렇게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 선배는 원래 부잣집 아들로 상당한 재력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늙으면 누구나 초라하게 보여지 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서 점심 먹은 게 체했는지 속이 불편했다. 길가에 약국이 보였다.

유리문에는 최고 명문대학의 배지가 코팅 되어 있었는데 '나는 다른 약사와 달리 일등품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약국 안에는 가운을 입지 않은 약사로 보이는 40대 초반의 남자가 혼자 앉아 있었다.


눈길이 부리부리한 게 불만이 가득찬 느낌이었다.

 

“활명수 한 병만 주세요.”

내가 공손하게 말했다. 늙을수록 젊은 사람들을 대할 때 조심 하면서 예의를 차리자는 마음이었다. 그 약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활명수 한 병을 꺼내 던지듯 앞에 내놓았다.

내가 1,000 원짜리 지폐 한장을 건네줄 때였다. 

 

“이 안에서는 약 못 먹어요. 나가세요!”

안내나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내쫓듯 하는 태도같이 느껴졌다. 구걸하러 온 거지라도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았다. 나는 약국 유리문을 밀고 나와 거리에서 활명수를 마셨다. 그런데 당장 그 병을 버릴 데가 없어 다시 약국 문을 들어가 그 남자에게 물었다.

 

“병은 약국 안 쓰레기통에 버려도 됩니까?”  

 

  “그러세요.”

그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속에서 슬며서 불쾌한 기운이 솟아 올랐다. 싸구려 약 한 병을 팔더라도 고객에게 그렇게 불친절하면 안될 것 같았다. 


<늙어가는 법>이라는 책을 쓴 한 여성 노인의 글이 떠올랐다.

 

늙어서는 젊은 사람이 불손하다고 화를 내거나 항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굼띠고 둔하고 추해진 늙음을 받아 들여야지, 항의하는 것 자체가 그 자신이 모자라는 걸 증명하는 행동 이라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불쾌한 태도를 취하거나 말을 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모자라는 인격이기 때문에 구태여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참고 약국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해서 그냥 떠날 수가 없어 다시 약국으로 들어가 물었다.

 

“정말 죄송한데요.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뭔데요?”

“이 약국에서 약을 샀는데 왜 안에서 약을 먹으면 안 되고 길거리에서 먹어야 합니까?”

“약을 먹으려면 마스크를 내려야 하잖아요? 그러면 병균이 쏟아지잖아요...”

그에게 늙은 나는 세균 덩어리로 보이는 것 같았다. 왜 그랬는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의문이 있었다. 젊고 예쁜 여자가 오거나 비싼 약을 사가는 젊은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불친절하고 싫은 표정을 지었을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에이지즘(ageism: 노인 차별)' 이라는 말이 있다. 늙은 사람을 더럽고 둔하고 어리석게 느껴 혐오하는 현상이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서 보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 주위의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나는 젊어 봤다. 그리고 세월의 강을 흘러 늙음의 산 언저리에 와 있다. 나는 노인을 혐오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단순하고 짧은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의 젊음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유교의 경로 사상을 감히 바라지는 못하지만 에이지즘 (ageism)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도 곧 늙을 거니까...

 

 -엄상익 변호사 글중에서 -

 

**********************************

[ 2회 어르신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 ]

책제목: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

ㅇ 8,500여편 중 뽑힌107편 중 일부입니다.

ㅇ 저녁노을
저렇게 지는 거였구나
한세상 뜨겁게 불태우다
금빛으로 저무는 거였구나
[대상]《이생문》

ㅇ 겸손
굳이 겸손하려 애쓰지 마라.
나이 들면
허리가 알아서 숙여진다.
<김주식》

ㅇ 옹고집
옹고집 늙은이라 하지마
안 들려서 그래
《박광수》

ㅇ 봄꽃
필 때는 저마다 더디 오더니
질 때는 하르르 몰려가더라
[우수상] 《김용훈》

ㅇ 동창 모임
한 친구가 소풍을 떠나
이 빠진 것처럼 빈자리가 생겼다
임플란트로도 틀니로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
[우수상]  《양향숙》

ㅇ 이명
악보가 없는 나의 노래
외롭지 말라고 같이 울어주는
나만 아는 나의 동반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다.
《박이영》

ㅇ 첫사랑
나란히 걸었지만
손 한번 못 잡았고
까맣게 가슴 타던
첫사랑이 나도 있었다.
《김점분》

ㅇ 무슨 소용 있나
고기는 있는데 치아가 없다.
시간은 있는데 약속이 없다.
자식은 있는데 내 곁에 없다.
추억은 있는데 기억이 없다.
[우수상] 《정남순》

ㅇ 거짓말
문안 전화 받으면서
나는 잘 있다
느거나 잘 있거라
수화기 내려놓으면서 아이고 죽것다.
[우수상]  《전영수》

ㅇ 바지사장
나는야, 바지사장
가장이라며 폼은 잡아도
TV 리모컨은 언제나 아내 손에
《심창섭》

ㅇ 찔레꽃 어머니
오월이면
하얗게 핀 찔레꽃
어머니가 그기 서 있는 것 같다
엄마하고 불러보지만
대답 대신 하얗게 웃는다
언제나 머리에 쓰던 하얀 수건
엄마는 왜 맨날 수건을 쓰고 있었을까
묻고 싶었지만
찔레꽃 향기만 쏟아진다
[최우수상] 《김명자》

ㅇ 후회
저녁 먹고 가렴
자고 가지 그러니
십수 년 전 내가 그랬듯
오늘 아들 내외는
저녁밥도 자고 가지도 않았다
산으로 가신 어머니께 너무 죄송스럽다
  [우수상]  《한상준》

ㅇ 영감생각
젊어서 그렇게 애를 먹이던 영감 때문에
철교에서 몇 번이나 뛰어내릴라 캐도
자식들 눈에 밟혀 못했다
그래도 어제 요양 병원에 가서 영감한테 뽀뽀했더니
영감이 울었다
[우수상]  《현금옥》

ㅇ 처음 가는 길
어머니가 먼저 가셨던 길은
모든 걸 알고 가신 줄 알았습니다.
내가 어머니 나이 되어 보니
그 길은 외로움이 가득하였고
처음 가는 길이었습니다
《김현구》

ㅇ 아기 천사
아기의 눈 속에 내가 들어간다
그렇게 작은 호수에
외할아버지를 담고 있다
고요한 작은 호수 속에
내가 감금 되어
출구를 모른다
《김영월》

ㅇ 불공평
내 집은 제멋대로
드나들면서
즈덜 집은
꼭 연락하고 오라네
자식 농사 밑졌다
《유임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