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 수치의 의미 ]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우리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통계적 증거, 다시 말해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라는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 매체를 통해 매일 접하는 통계 수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주요 도시에 있는 극장 열두 곳에서 판매하는 팝콘의 포화지방 함유량을 조사했던 아트 실버맨도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당시 미국 농무부의 포화지방 권장 섭취량은 하루 20그램 이하였는데 실버맨이 조사한 팝콘의 포화지방 함유량은 무려 37그램이나 되었던 것입니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지만 실버맨을 포함하여 ‘37그램의 포화지방’이 어떤 의미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농무부의 1일 권장 섭취량의 약 두 배나 되는 팝콘의 포화지방이 건강에 정말 해로운 건지, 해롭다면 얼마만큼 해로운 것인지를 분명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물론 농무부의 1일 권장 섭취량과 팝콘에 함유된 포화지방의 양을 막대그래프로 비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는 하루 권장 섭취량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되는 팝콘의 포화지방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아트 실버맨은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미디엄 사이즈 ‘버터’ 팝콘에는 베이컨과 달걀을 곁들인 아침 식사, 빅맥과 감자튀김으로 이루어진 점심 식사, 그리고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곁들인 스테이크 저녁 식사보다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지방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따로따로가 아니라 이 세 끼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이 말입니다.”
아트 실버맨의 기자 회견장에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도문에 적혀 있는 온갖 기름진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습니다.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로 범벅이 된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세 끼보다도 작은 팝콘 상자 안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의 양이 더 많다니!
이 메시지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었습니다. 팝콘의 판매량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고 대형 영화관들은 포화지방의 원흉인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스티븐 코비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8가지 습관’에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 내용이 나옵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 가운데 37퍼센트만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 무엇을 성취하려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고, 다섯 명 중 오직 한 명만이 조직의 목적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리고 다섯 명 중 오직 한 명만이 자신의 업무와 조직의 목표 사이의 연관성을 뚜렷이 알고 있으며 오직 20퍼센트만이 자신이 일하고 있는 조직을 신뢰했다.”
이 글을 읽고 핵심적인 내용이 머릿속에 명확히 그려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조직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직원들이 자기 일에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업무에 큰 혼란을 겪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현명한 스티븐 코비는 축구팀에 빗대어 딱딱한 통계 수치를 다음과 같이 쉽게 풀어썼습니다.
“열한 명의 선수들 가운데 자기 팀 골대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선수는 네 명뿐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신경 쓰는 사람도 두 명뿐입니다. 열한 명의 선수들 가운데 오직 두 명만이 자신의 포지션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단지 두 명의 선수만이 상대 팀과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나온 딱딱한 숫자를 인간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면 우리는 그 통계의 구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11명의 선수 중에 자신의 골대가 이쪽인지 저쪽인지 몰라 우와좌왕하는 7명의 선수와 상대방의 골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두 명의 선수가 비로소 연상이 되는 것입니다.
딱딱한 통계 수치를 인간적인 척도로 변환하면 훨씬 더 강한 전달력을 갖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이 통계 수치를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 보도 자료나 보고서가 더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