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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몹시 쓸쓸하다>

작성자프로이트|작성시간22.08.31|조회수35 목록 댓글 1

                    <그럼에도 몹시 쓸쓸하다>

 

"인제는 궁둥이를 붙이고 있는 데가 내 고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서 어떻게 앉아 있어도 쓸쓸하지가 않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몹시 쓸쓸하다."

- 김 수영의 1953년도 산문 <낙타 과음> 중에서-

 

'쓸쓸하다'와 '외롭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한자로 ‘쓸쓸하다’는 말은 ‘적寂’입니다. 이는 ‘고요하다’는 뜻과 함께 ‘쓸쓸하다’는 의미가 함께 있습니다. 이 글자는 집을 뜻하는 (宀)글자와 소리가 없이 조용하다는 뜻의 (叔) 글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집안에 소리가 없이 고요하다'의 뜻인데 이때 우리는 적적하고 쓸쓸함을 느낍니다. 그에 비해 외롭다는 말은 ‘고孤’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이 글자는 아들(子)이라는 글자와 적다는 뜻의 (瓜)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즉, 부모를 여의고 의지하고 싶지만 의지할 곳 없는 아이를 뜻합니다.


이 두 감정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첫째, 지속성과 강도입니다. 둘다 혼자 있어서 허전한 상태이지만 쓸씀함보다 외로움이 더 깊고 지속적인 감정입니다. 쓸쓸함은 소리가 났다가 소리가 사라지는 상태의 낙차에 따른 감정이기에 유동적입니다. 명절 때 자녀들이 가고나면 쓸쓸해지지만 또 자녀들은 내려올 것입니다. 가을은 쓸쓸하지만 이내 또 봄이 찾아옵니다. 그에 비해 외로움은 지속적인 허전함입니다. 자식들이 있지만 오랜 시간 찾지 않거나 어디에도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대상이 없다면 우리는 외롭습니다. 즉, 쓸쓸함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 쉬 가시지만 외로움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다방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몹시 쓸쓸하다'고 이야기한 시인 김수영은 사실 쓸쓸한 게 아니라 외로운 것이 아니었을까요?


두번째는 시선의 차이입니다. 외로움은 내면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허전한 마음을 말합니다. 그에 비해 쓸씀함은 밖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텅 빈 거리가, 나뭇잎이 떨어지는 앙상한 나무가,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가, 혼자 걸어가는 남자의 처진 어깨를 보며 우리는 ‘쓸쓸함’을 느낍니다.
물론 외부 풍경에서 느껴지는 이 감정 역시 사실은 내면의 허전함이 감정이입이 된 상태입니다. 물론 외부가 아닌 내 자신을 3인칭 관점으로 바라볼 때도 쓸쓸함은 느껴집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자신이 쓸쓸해 보일 수 있고, 거울에 비친 주름진 얼굴에서 쓸쓸함을 느낄 수 있고,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 있을때 쓸쓸한가요? 외로운가요? 그리고 두 감정 외에도 또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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