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형 냉장고
손동욱
당근꽃 색깔이 뭐였더라
생각하며
내가 당신을 보고 있는 동안 빌딩 그림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겨 갔다
미인대회 출신인 건 몰랐지만
명품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말을 건냈다
당근 당신 너무 맘에 들어
지금 데리러 갈께요 당근 당근
누릿한 땟국물을 뒤집어쓴 모습
겨울은 혹독했겠군
어쩌면 소금처럼 흩뿌려진 눈밭을
한동안 맨발로 헤매 다녔다는 거지
당신 그냥 겨울 초입에 서 있다가
혹독한 추위 다 건너 여기까지 온 것뿐이겠지만
그때 내리던 눈보라 깊이 품었던 가슴안에
가득가득 내가 채워 줄 게 있어
오렌지 오일 퐁퐁으로 샤워를 막 끝내고서
화들짝 당근꽃 피듯
양 문이 다 열리는 당신
늦은 카페에서 마시는 라임모히또 같아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