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직작생활 1년차.
후배들에게 1년간 갈고 닦은 직장 생활의 5원칙을 소개하려합니다.
이미 출판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라성같은 처세술들이 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구체화-항목화 한 것들입니다.
저만 알고 있으려 했지만 이제 막 청운지정을 품고 회사에 갓 입사한 후배님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공개합니다.
직장생활, 재미있게 하세요. ^^
1. 모르면서 아는척하기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늘 부딪히는 문제가 알아서, 또는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가령 상사가 '매입부 이번 시즌 품평회를 몇차례 진행했죠?'라고 물었을 때 단순히 '몰라요'라고 답변하는 것보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알아보겠습니다'가 정답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멋진 경우는 '예. 08년 잡화 매입팀에서 18회 진행했고, 올해는 어제건을 포함해서 13회라고 합니다'라고하는 답변일 겁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답변하기 어렵지요. 그러나 가끔은 정확한 데이터가 아닌 추정으로라도 그렇게 답변해야 할 경우가 생기고 상사 역시 단순히 '이 놈이 알고는 있나?'하는 의도로 물어보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지두력을 발휘해서 최대한 raw data에 가까운 근사치를 불러줘야겠지요.
가령 '6월 수입명품 누계 신장률이 얼마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정확히 모른다 하더라도 지난 4월 누계 신장률이 40%였고, 최근 원화강세와 해외 고객의 감소로 인해서 어느정도 떨어진 것을 감안해서 25%라는 근사치를 불러줄 수 있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상사가 알고 물어보는 경우에야 이러한 추정답변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겠지만 일단은 모르면서 아는 척하기의 신공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것이 제 경험상의 조언입니다.
2.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
위의 경우와는 반대인데 가끔은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일적으로 맞닥드리는 상황이 아닐 때가 더 많은데 가령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본부장이 와서 저의 매니저에게 A브랜드의 평효율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매니저가 답변을 하지 못하자 그 옆에 있는 저에게 물어봅니다. 이러한 경우 제가 알고 있다고 답변을 하게되면 제 상사를 물먹이는 상황이 됩니다. 제가 답변을 하게되면 '흥, 신입 사원도 알고 있는데 매니저가 몰라?'하게 되는 거지요.
이 외에도 많은 경우의 수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가끔은 직장생활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모르면서 아는 척하기란 누구나가 할 수있지만 그 반대는 어느 정도의 내공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눈치도 필요하고, 경험과 겸손함도 필요하지요.
3. 일에 내 에너지의 40%만 할애하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을 '잘' 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매일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는 직원이 있다고 해도 실적이 안 좋으면 직장에서 좋게 볼리 만무합니다. 일이라는 것, 업무라는 것은 너무나도 냉정한 세계라서 우리네 봉급쟁이들은 실적으로 평가받고, 결과로서 대접받습니다. 때문에 온갖 권모술수와 정치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지요.
상사와 어울리며 업무에서의 노하우도 배우고, 다양한 인맥을 갖춰가면서 에너지는 적게하고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노동생산성이 OCED 국가 중 최하위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 역시 사무실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지만 일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한다고해서 좋은 결과가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이외에 시간과 에너지를 비축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구현하고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저의 원칙 중에 또 하나는 일의 비중을 제 삶에서 40% 이하로 조절한다는 겁니다. 이 이외의 시간에 외국어를 공부하고, 운동을 하고, 연애를 하고, 여행을 가는 것이죠. 회사는 결코 우리의 장래와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직원을 이용하듯, 직원도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win-win입니다.
제가 3800만원의 연봉을 받으니 회사에 딱 그만큼만 기여하면 되는 거지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800만원 어치말예요.
4. 적을 만들지 말기
회사라는 조직은 국가, 군대와 같은 그 어떤 집단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이기적입니다. 경쟁사를 짓밟으려하고, 시장을 장악하려하고, 무능력한 직원은 잘라내려 안간힘을 씁니다. 그 적은 시스템일수도 있고, 관리자 일수도 있고, 함께 고과 평가를 받은 동일 직급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노노갈등이든 노사갈등이던간에 회사 내부에는 필연적으로 적이 있기 마련이지요.
동지를 만드는 것 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이된 그 누군가는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더불어 적은 또 다른 적을 낳는 법입니다. 굳이 심리학의 인지부조화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직관적으로 적의 친구와 어울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습니다.
'적의 적은 동지이다'라는 말이 있죠. 좋은 말이기는 합니다만 꼭 이것이 진리는 아닙니다. 적의 적은 또 다른 적일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저의 회사 생활 원칙 중에 또 다른 한가지 입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한가지가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제 3자를 험담하지 말자'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저는 자리에 없는 제 3에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를 달지 않습니다. 굳이 그러한 말이 오가는 자리여도 저의 경우에는 항상 노코멘트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늘 지켜오던 신조이기도 했는데 남에 대한 험담은 누워서 침뱉기와 진배없는 짓입니다.
5. 음주가무는 계획적으로
'저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라는 친구들을 많이 봅니다. 저 역시 그런 부류 가운데 하나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 중에 하나가 바로 술자리입니다. 심지어 자다가 나가서 술먹고 새벽에 들어온 적도 있고, 술먹다가 출근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급을 하고, 업무량이 많아지고, 권한이 높아짐에 따라서 자신의 몸은 곧 자신의 몸이 아니게 됩니다. 곧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면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하는 직원이 수백, 수천명에 달하게 됩니다. 이 먹여 살린다는 의미가 우습게 들릴수도 있지만 자신의 의사 결정권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다시말해 신입사원 입사 후 3년 동안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한가한 시절이라는 얘기지요.
실정이 이럴진대, 입사후 처음으로 받아쥐는 월급 봉투를 음주 가무로 탕진한다면 이처럼 우울한 일이 따로 없죠. 그렇게 지내면서 승진과 진급에 있어서, 이보다 더하게는 업무에 있어서까지 지장이 있게 된다면 아무리 많은 인맥을 형성하고 추억을 만든다해도 그것은 실패한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대학 생활과 다르기 때문이지요.
이는 더불어 경제적인 문제와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돈을 모으는 데에는 종자돈이 중요하다는 얘기들을 종종 합니다. 맞습니다. 1억으로 연수익 6%를 내는 것과 1백만원으로 연수익 6%를 내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지요.
가타부타 말이 많았지만 결론을 지으면 이렇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에 음주가무는 좋으나 횟수와 농도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자신만의 상한선을 긋는 것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