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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an inconvenient truth)

작성자명품|작성시간18.01.05|조회수436 목록 댓글 0

1등과 2등의 차이

저는 고등학교 3년 동안 한 번도 전교 1등을 해 본적은 없지만 운이 좋아서 그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전교 1, 2등을 하는 지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통념처럼 1등 철수는 수학 국어를 100+ 100, 2등 길동이는 99+ 99점을 맞는 것이 아닙니다. 철수는 수학에 재능이 있어 수학을 100점 맞고, 2등 길동이는 국어에 재능이 있어 국어를 100점 맞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과목입니다. 철수는 국어가 힘들고, 길동에게는 수학이 힘듭니다. 그 재미없는 과목에 누가 얼마나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느냐에 1등과 2등이 갈립니다. 철수는 국어에서 99점을 맞고, 길동이는 수학에서 98점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수학

국어

철수(1)

100

100

길동(2)

99

99

[X]

 

수학

국어

철수(1)

100

99

길동(2)

98

100

[O]

 

 

불편한 진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체력장이라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힘든 종목이 오래달리기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출발선 상에 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는데, 오전에 다른 종목에 힘을 다 쏟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고난 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200미터 운동장 5바퀴를 339초 안에 마쳐야 하는 오래달리기를 저는 한 번도 만점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저의 체력 DNA에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모두 DNA가 달라서 제가 체력 DNA가 부족하듯이 공부 DNA, 특히 영어 DNA가 부족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내가, 내 자식이 공부 DNA를 타고 났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체력장의 오래달리기는 그 비중이 적어 무시할 수 있지만, 공부DNA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의 말대로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전체의 5%인 공부 DNA 소유자입니다. 나머지 95%의 학생들은 관점에 따라 그 5%의 들러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5% 안에 해당되지 않는 다수의 95% 부모님이 받아들여야 할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입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먼 과거의 일도 아닙니다. 실력향상이라는 강박관념 속에 학생들을 다그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DNA를 따질 계제가 아니었습니다. 단어와 과제 점검을 철저히 했고, 분량을 못 채우는 학생들을 많이도 괴롭혔습니다. 그 중 두 명의 학생이 특히 부진했고 많이 혼이 났고, 그러다가 학원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득 그들이 생각났습니다. 혹시나 나로 말미암아 영어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평생 나와 영어를 오버랩 시켜 다시는 영어를 공부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습니다. 늘 학부모 입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명분 속에 본의 아니게 많은 학생들을 괴롭혀 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공부 DNA, 특히 영어 DNA를 타고 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그들에게 영어를 똑같이 가르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의 발전 속도가 더디더라도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후에 더 큰 그릇이 되도록, 더 큰 지식을 담는 그릇이 되도록, 그리고 영어에 흥미를 잃지 않고 나아가 삶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하자, 5%5%대로, 95%95%대로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자. 다만 학생의 본분과 끈기는 잃지 않도록 하게 하자. 세상의 리더가 모두 영어 DNA는 아니지 않는가. 그 사건 이후로 제가 지금까지 견지해온 조그마한 교육 철학입니다.

 


다짐

불편한 진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부통령을 지냈던 엘 고어가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와 다음 대선에서 맞붙었습니다. 박빙의 승부였고, 부시의 동생이 주지사로 있던 조지아 주의 석연찮은 개표과정이 있었지만 엘 고어는 깨끗이 승복하고 환경운동가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온실가스가 지구환경에 끼치는 진실을 역설하고 그것이 받아들이기 불편하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용어가 탄생된 과정입니다. 저는 불편한 진실을 대할 때마다 억울하지만 대통령 자리를 포기한 엘 고어의 숭고한 정신이 함께 떠오르고, 아울러 세계 제일이 된 미국의 저력을 실감합니다.

 

불편한 진실, 직면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더 큰 그릇이 되어 더 큰 세상의 주역이 되도록 학생들과 함께 뒹굴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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