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흰띠를 매고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대단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흰 띠였을 때, 저는 왼발, 오른발은 물론, 내 손과 상대방의 손을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선배가 '왼발 들어 오시고' 이럴 때면 어느 발이 왼발인지 한참 생각한 것은 물론이고, 행여 상대자와 손이라도 엉켜 있으면 어떤 게 제 손인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사실, 검은 띠를 맸다는 건 아이키도가 좋아서든, 아이키도를 잘 해서든, 각 자 나름의 재미와 맛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어떤 이는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아이키도의 아름다운 정신에서, 어떤 이는 아이키도를 함께 하는 동료와 선/후배, 지도자와의 끈끈한 애증(^^)의 관계에서, 혹 저처럼 입신과 전환이 만들어 내는 학가마의 매혹적인 선이 좋은 사람도 있겠지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아직 그 나름의 재미와 맛을 볼 정신은 커녕, 내 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그 와중에도, 열심히 기술을 따라하시는 흰띠들을 보면, 천재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저는 수련 시간에 말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말로 전하지 말라는 아이키도의 불문법을 지키지 않는 말 안 듣는 학생이죠. 저는 흰 띠를 매신 분들에게 항상 제 느낌을 말하려고 노력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동작 중 어떤 것이 더 느낌이 좋았는지, 그리고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 첫번째와 두번째 움직임의 차이를 발견해서 말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자기를 볼 줄 아는데 걸리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무지 길기 때문에 흰 띠 시절에는, 자기를 느낄 여력이 없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서 입니다. 물론, 자기를 마주하고 있는 상대를 느끼는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어쩌면 평생이 걸릴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키도 수련이 즐겁습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마법의 시간입니다. 그것은 똑같은 가르침이 매순간 상대와 나의 움직임을 통해 다르게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역으로, 매번 다른 발견이 항상 같은 깨달음으로 가고 있다는 것의 또 다른 발견이기 때문입니다.
이단을 준비하는 지금의 저에게, 초심자를 상대하는 유단자의 마음 가짐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상대방이 가진 좋은 점을 발견해내자. 그러면 배울 것도 많고 서로 즐거운 아이키도 수련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제 손과 상대의 손도 구별하지 못하던 제가 이단 승단 시험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모두 저의 장점을 말해 주신 선생님들과 선배들, 동료, 후배들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을까요?
끝으로, 말로 전하지 말라는 불문법을 지키지 않는 저이지만, 아이키도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시작할때, 항상 나의 왼쪽에 앉은 분과 무릎선을 맞춘다. 2. 나보다 선배인 분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3. 언제나 앞에서 지도하시는 분에게 집중한다. 앞으로도 지키고 살겠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 각자의 아이키도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초심자들 눈에 검은 띠나 맨 유단자가 헤매고 있는 것 처럼 보여도, 제발 아무 말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몰라서가 아니라 찾고 있는거라 생각하시고 내버려두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 손이 어느 것인지 생각 중임에 분명합니다.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