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봄비치고는 상당히 많은 비가 장하게 내렸습니다.
개구리도 놀래고 배꽃도 혼이나고 벌나비도 긴장했던 봄 날의 하늘이었습니다.
하여, 봄비와 관련된 꽤 괜찮은 한시들을 몇 개 엮어 봅니다.
말미에 소생의 한시도 넣어 놓았습니다.
사연이 많아서 한시 해설과 자구 해석은 넣지 않았습니다.
그냥 느끼시기를...

최영숙 작, 추억
봄 비 한시 하나,
出山(산을 나서며)
白谷處士(백곡처사)
步步出山門(보보출산문) 걸음걸음 산문을 나오는데
鳥鳴花落溪(조명화락계) 시냇가에 꽃 날리고 새가 우는구나.
烟沙去路迷(연사거로미) 안개골 가득히 길을 잃은 채
獨立千峯雨(독립천봉우) 천 봉 저 빗줄기 속에 외로이 서 있다.
봄 비 한시 둘,
偶吟(우음:우연히 읊다)
宋翰弼(송한필)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 간 밤 비 맞고서 꽃을 피우곤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 슬프다 한해 봄날의 일이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 비 바람 가운데서 오고 가노매.
봄 비 한시 셋,
여러 대련구(對聯句)들
雨後山如沐이요 風前草似醉를
(우후산여목이요 풍전초사취를)
비 온 뒤에 산이 목욕한 것 같고 바람 앞에 풀이 취한 것 같도다.
細雨池中看이요 微風木末知를
(세우지중간이요 미풍목말지를)
가는 비는 못 가운데서 볼 수 있고 가는 바람은 나무 끝에서 알 수 있도다.
雨滴沙顔縛이요 風來水面嚬을
(우적사안박이요 풍래수면빈을)
비가 떨어지니 모래의 얼굴이 얽고 바람이 오니 물의 얼굴이 찡그리도다,
微雲過河漢이요 疎雨滴梧桐을
(미운과하한이요 소우적오동을)
가는 구름은 은하수를 지나고 성긴 비는 오동나무에 떨어지도다.
봄 비 한시 넷,
山莊夜雨(산장에서 밤에 비가 내리다)
高兆基(고조기)
昨夜松堂雨(작야송당우) 어젯밤 송당에 비가 왔는지
溪聲一枕西(계성일침서) 베갯머리 서편에선 시냇물 소리
平明看庭樹(평명간정수) 새벽녘 뜨락의 나무를 보니
宿鳥未離棲(숙조미리서) 자던 새는 둥지를 아직 떠나지 않았네

허삼두 작, 섬진강
봄 비 한시 다섯,
春雨(봄비)
許蘭雪軒(허난설헌)
春雨暗西池(춘우암서지)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輕寒襲羅幕(경한습라막) 찬바람이 장막 속 스며들 제
愁倚小屛風(수의소병풍) 뜬시름 못내 이겨 병풍 기대니
墻頭杏花落(장두행화락) 송이송이 살구꽃 담 위에 지네
봄 비 한시 여섯,
春興(봄의 흥겨움)
鄭夢周(정몽주)
春雨細不適(춘우세부적) 봄비 가늘어서 방울지지 않더니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밤중에 어렴풋이 소리가 들리네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눈 녹아 남쪽 시냇물 불어나니
草芽多少生(초아다소생) 새싹이 얼마나 돋아났을까?
봄 비 한시 일곱,
春雨新蝶(봄비에 나비 한 마리)
金淸閒堂(김청한당)
新蝶已成叢(신접기성총) 봄나비 하늘하늘
紛飛細雨中(분비세우중) 보슬비는 오는데
不知雙翅濕(부지쌍시습) 날개쯤 젖는다고
獨自舞春風(독자무춘풍) 그게 뭐 어때요?
최영숙 작, 한강 유역
봄 비 한시 여덟,
春雨塞天(온종일 봄비)
이성준
봄꽃은 미처 제 소임을 다하지 못했는데
많은 비 내려 그 종말을 재촉하네.
春花未盡任 춘화미진임
豪雨促夭折 호우촉요절
꽃잎 지자 벌들이 황급히 숨어 버리듯
행인들 처마끝에 의지하여 물방울을 피하네.
紅巢墮蜂奄 홍소타봉엄
行徒避滴첨 행도피적첨 (처마 첨:木 +贍에 貝빠진 글자)
하늘과 땅이 봄물로 가득해 구분이 없는데
오직 마른 회색 빌딩숲이 즐겨 노래하네.
乾坤混春曇 건곤혼춘담
唯頌燥厦林 유송조하림
삭막한 도시 풍경 우산 속에 화목하니
어깨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원망만 못하리.
荒還和傘襟 황환화산금
勿怨水肩染 물원수견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