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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글감 모음

盡人事待天命, 一切唯心造

작성자달솔|작성시간06.04.17|조회수3,157 목록 댓글 1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대부분의 교양인들이 알고 있는 이 두 가지 명구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들이다.

가장 통용되고 있는 일상적인 구절이나, 사실 그 참 뜻을 알기는 매우 어렵다

인간사의 진리를 한 마디 단어로 표현하였으니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凡聲 이해주 님               周沅 조경순 님                   彩雲 장정희 님


 

1.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일을 다 이룬 후에,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나, 그 출처는 명확하지 않다. 단지 주역(周易)에 낙천지명(樂天知命 또는 樂天命)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하늘[天]을 즐기고[樂] 명(命)을 알면[知] 근심이 없다[故不憂]는 말로, '진인사대천명'과 비슷한 풀이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일'은 "사람이 평생동안 닦고 이루어야 할 일"도 되고 "사람이 지금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도 된다. 무엇이 되었든, 요행(僥倖)이나 천복(天福)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 그 일을 성실히 하고 난 후에 그 결과를 겸허하게 기다리라는 말로 해석하면 된다. 그러므로 이 말은 '성실히 일을 끝내는 노력가'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중용(中庸)이란 책에도 보면, "진실됨이란 하늘의 길이고 진실해지려고 함은 사람의 길이다.(誠者는 天之道也요 誠之者는 人之道也라.:성자는 천지도야요 성지자는 인지도야라.)"라고 했다.


한 삼사년 쯤 전에 부산역 광장에서 '가훈 써주기'행사가 열린 적이 있었다. '부산여류서예가협회'가 주관하였는데 그냥 싸구려 종이에다 허벌나게 써 주는 가훈 행사가 아닌, 미리 벼루에다 먹을 갈아 놓고 반절 화선지에 큰 붓으로 일필휘지하여 낙관까지 찍어주는 정식 서예본 증정 행사였다. "이게 웬 떡이냐"싶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고운 한복을 깨끗이 다려 입은 한 분이 글귀를 고르란다. "진인사대천명"을 원했고 예서체로 정갈하게 써서 내어 주었다. 낙관의 호에 '채운(彩雲)'이라 했다. 그렇게 까치가 아침나절 감 파먹듯이 가져온 서예 휘호는 아침저녁 기도하는 곳에 걸어 두며 마음을 다지고 있다. 나와 무관한 이가 나의 선행과 의지력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음덕(陰德)을 받았다고 할 것이다.

 

2.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앞의 글귀가 다소 유교적이라고 한다면, 이 글귀는 매우 불교적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심(心)은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의 그 정신이며, 걱정없는 큰 마음이며, 성인(聖人)께서 노니는 성품(性品)이며, 삼매(三昧)의 경지라고 한다.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약인욕료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
출처는 화엄경(華嚴經)에 있는데, 거기에서 사구게(四句偈)로 나오는 내용이다. 그 뜻은 다음과 같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삼세의 일체 부처님을 알려면, 마땅히 법계의 성품 모든 것이 마음으로 된 줄을 알아야 한다."
 이 글귀에서 우리는 "마음이 이 세계를 창조하는 주체"라는 생각을 갖는다. 이는 인간에게 무엇이든지 이루어낼 수 있는 마음의 힘[佛性]이 있다고 하는, 우리가 두루 갖추고 있는 무한한 능력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가장 잘 인용되는 고사(故事)는 아마 원효대사의 해골물에 얽힌 이야기일 것이다. 잠결에 해골물을 마시고 꿀물같이 느꼈다면, 이미 그것은 마음이 시켜서 느낀바일 것이요, 깨어난  뒤에 구더기가 가득한 푸르죽죽한 물을 보고 구토를 하였다면, 이 또한 마음이 시켜서 그러한 바일 것이다.

 

서실 학형 능샘(尤餘)님이 이 글귀로 첫 전시작품을 쓰겠다고 나에게 말을 하였을 때, 나는 내심 '쉬우나 어려운' 그 글귀를 선택한 학형이 매우 실천궁행(實踐窮行)에 투철하신 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갈뫼 대선배님의 말씀대로 "시작하기는 쉬우나 끝맺기는 매우 어려운" 이 서예의 대 여정(旅程)은 '일체유심조'나 '진인사대천명'의 큰 발원(發願)과 야무진 노력으로 이루어내야 한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牛步 민승기 님의 '일체유심조'

 여기에서 이미 잘 알려진 한 이야기를 첨가한다.

 

두 스님이 절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시내를 건너게 되었는데 시냇가에 한 아리따운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도 역시 시내를 건널 참이었으나 주저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시내는 깊고 물살이 센 데다 징검다리조차 없었던 것이다.
한 스님이 여인을 못 본 체하고 혼자서 물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스님은 여인에게 등을 들이대며 말했다.
"업히시지요. 건네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 스님은 여인을 시내 저쪽에 내려놓았다.
두 스님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스님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게, 수도하는 몸으로서 여인의 몸에 손을 대다니, 자네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여인을 업었던 스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스님은 더욱 화가 나서 동료 스님을 나무랐다.
"자네는 단순히 그 여인이 시내를 건널 수 있게 도왔을 분이라고 말하고 싶겠지. 하지만 여인을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것이 우리의 신성한 계율이라는 것을 잊었단 말인가?"
그 스님은 계속해서 동료 스님을 질책했다. 여인을 업었던 스님은 한 두어 시간쯤 질책을 듣고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아, 나는 벌써 두어 시간 전에 그 여인을 냇가에 내려 놓고 왔는데, 자네는 아직도 업고 있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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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능샘(尤餘) | 작성시간 06.04.15 초심을 잃지않고 어렵다는 여정을 끝낼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배가 해야겠다는 각오를 일깨워 주는 글입니다. 좋은 글과 해석을 곁들어주신 달솔님의 성의있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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